내 인생도 영화가 될 수 있을까요?

인생이라는 이름의 영화관

by 여행하는나무


# 그림책 에세이
# 인생이라는 이름의 영화관 / 글그림 지미 / 옮김 문현선 / 대교북스주니어
「The Rainbow of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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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놀라운 세계에 빠져들면서 다양한 그림책들을 만났다. 다양한 주제를 독특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그림책들을 새롭게 만나는 기쁨이 크다.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고, 소개하고 싶은 그림책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림책에 대한 욕심은 날로 커가고, 공부하고 알아갈수록 그 깊이와 다양함이 놀랍다.
최근에 조용훈교수님의 그림책 특강을 들으며 그림책을 대하는 나의 편협함을 인식할 수 있었다. 순수한 그림책 독자로서 그림책을 향유하기도 전에 교육적인 도구로서의 그림책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항상 교사의 눈으로 어떻게 수업에 적용하고 그림책을 통해 어떤 주제를 이야기할지가 먼저였다. 내가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는 상태에서 교육적인 목적을 위해 그림책을 이용해왔다. 물론 교사의 입장에서 교육적인 재료로 그림책을 이용하는 것은 괜찮은 접근이다. 그림책에 대한 나름의 열정과 사랑이 있기에 그런 노력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그림책을 많이 만나고 수업에 적용하면서도 내 마음이 메마르고 거칠다는 느낌은 뭘까? 깊이있게 만나지 못하고 겉만 만지는 것 같은 갈증이 있다. 내 마음밭이 그래서인지 아이들에게도 울림이 깊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 부족함이 느껴진다. 그림책 자체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고 그 그림책으로 충만하게 채워지는 경험을 했던 게 언제였던가?

나를 들여다보고 나와 대화를 나눈다. 지치고 기운 빠진 내가 보인다.
‘3월부터 열심히 달리다가 힘이 빠지고 지쳤구나?’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기쁨을 채워줄 시간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기운나게 하는 것, 나를 기쁘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영화이다.

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코로나 시기에는 영화관 나들이를 거의 하지 못했다. 집에서 넷플릭스 통해 편안하게 영화를 보면서 인생을 배우고 세계 여행에 대한 갈증을 채웠다. 특별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사전 배경 지식 없이 그날 느낌이 오는 대로 보는 편이다. 영화마다 기대하지 못한 재미나 신선함을 발견하고, 생각지도 못한 의미와 깨우침을 얻기도 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나서 신나게 이야기하는 나에게 “엄마한테는 재미없는 영화가 하나도 없어.”라고 말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현실 속의 나를 잊어버리고 영화 속으로 들어가 색다른 경험을 한다. 등장 인물들의 감정을 함께 경험하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영화는 다양한 인생 스토리를 매우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재미있는 영화적 장치를 통해 예술적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대리 경험하면서 새로운 힘을 얻기도 했다.

“세상에 영화가 없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상상조차 안 된다.”
영화보다 더 아름다운 그림책 『인생이라는 이름의 영화관』이다.
대만의 유명한 그림책 작가 지미 리마오의 작품이다, 영화를 향한 무한 애정, 영화를 위한 아름다운 헌사가 무려 168쪽에 듬뿍 담겨 있다. 아이들보다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인생의 슬픈 눈물을 전부 영화관에서 흘려 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보다 더 영화를 사랑하고 인생 자체가 영화같은 주인공, 주인공의 인생에는 늘 영화가 함께 있다. 어린 시절 떠난 엄마를 만나기위해 아빠와 영화관에 다니기 시작하여 인생의 모든 과정을 영화와 함께 한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 영화관에서 인연을 통해 만남과 이별, 사랑과 기쁨, 좌절과 슬픔 등 인생의 희노애락의 모든 감정을 영화와 영화관의 추억을 통해 보여준다. 이 책을 보면 감동적인 인생 스토리에 공감하고,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나 감동, 함께 한 사람들, 영화에 대한 대화들 등 영화에 관한 추억을 소환한다. 무엇보다도 160장이 넘는 그림들이 정말로 멋지고 아름답다. 공들여 그린 장면 장면들이 하나하나 독립된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대상을 감동적인 인생스토리를 담아 아름답게 그릴 수 있는 작가의 재능과 열정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삶에서 갈 곳을 잃었을 때 잠시나마 숨을 곳과 무한한 힘을 준 것에 특히 감사한다.”

인생은 각자가 주인공인 드라마이자 영화이다.
바쁜 일상에 지친 나에게 보내는 위로같은 그림책을 만나 기쁘다. 우리반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까 생각하지 않고 오롯이 나를 위해, 그림책의 매력에 풍덩 빠져서 내가 감동받고 감탄한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펼쳐보면서 힘과 위로를 받기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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