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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Oct 09. 2022

삽질에 지쳤나요?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 그림책 교단일기

#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Sam and Dave Dig a Hole]

(맥 바넷 글, 존 클라센 그림/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월요일, 샘과 데이브는 땅을 팠어요.

“언제까지 파야 해?”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찾아낼 때까지 파야 해. 그게 우리의 사명이야.” 



땅속 깊숙한 곳까지 내려왔지만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찾아내지는 못했지요.


샘과 데이브와 함께 땅을 파던 우리 3학년 아이들,

드디어 땅 속에 묻힌 보물이 보이자 환성을 지른다.

“와, 조금만 아래로 파봐.”

우리 아이들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샘과 데이브는 가까이에 보물을 두고도 딴 길을 간다. 

바로 옆에 다이아몬드가 묻혀 있는데 다른 쪽으로 땅을 판다. 

또, 바로 발밑에 다이아몬드가 있는데, 지쳐서 잠들어버린다. 


중간중간 아이들의 표정이 재미있다. 답답해 죽겠다는 것이다. 

이 정도 반응이면 성공이다. 덕분에 아이들은 그림책에 푹 빠져든다. 

주인공이 된 양 안타까워한다. 주인공들을 응원하면서 마음 졸이며 이야기 전개를 함께 한다. 

끝부분까지 읽고 나서는 한숨 섞인 불평 가득이다. 정말 답답하고 바보같단다. 


포스트잇 한 장을 나눠주니 대부분 비슷한 느낌을 보여준다. 

“등잔 밑이 어둡다.”

“내가 대신 파주고 싶다.”

“고구마 100개는 먹은 것 같다.”

소감 나누기

정말 샘과 데이브만 답답한 걸까?

더 답답하고 안타까운 것은 우리일지 모른다.


“우리도 우리 안의 진정한 보석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고 있어.”


우리반 게시판에 걸어놓고 매일 하나씩 같이 나누는 미덕(버츄프로젝트) 이야기로 이어간다. 

지금도 우리 안에서 빛나고 있는데, 우리는 없다고 하거나 무시하고 있다. 내 안에 보석같은 귀한 재능과 가치를 함께 찾아가자고 말한다.



그림책으로 재미있게 배우기~ 달라진 그림 찾기도 열심히 한다. 

앞 뒷 속표지를 비교하며 뭐가 달라졌는지 찾아본다. 같은 배경이나 세부적인 것을 보니 달라진 것이 많이 보인다. 모험을 시작한 곳과 끝나는 곳이 다르다.


샘과 데이브는 여행의 끝에 동시에 말한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멋졌어.”


이 책을 읽고 생각할 거리도 많고, 함께 나눌 이야기가 많다. 

“땅을 왜 팠을까?”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은 무엇일까?”

“샘과 데이브는 땅 파기 전과 같을까 다를까?”

“땅파기를 통해 샘과 데이브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땅을 판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인생도 꼭 게임 속 캐릭터들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게이머인 내 눈에는 전체적인 그림이 보이지만 게임캐릭터는 눈앞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 그림책처럼 샘과 데이브는 전체를 다 보지 못하지만 독자인 우리는 전체를 보고 있어 보물이 어디 있는지 안다. 


우리가 오늘 하고 있는 일상의 일들도 샘과 데이브의 삽질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길이 맞나? 어디까지 파야 하나? 막막하면서도 열심히 나만의 땅을 파고 있다. 결과가 손에 잡히지 않아 답답하고 막막하고 바보같은 삽질을 계속하는 것 같을 때도 있다. 샘과 데이브가 이 모험을 통해 다른 곳에 이르렀듯 우리도 성장하고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꼭 보물을 손에 넣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열심히 땅파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충만할 수 있다는 것도 괜찮은 생각이다. 결과는 내려놓고 분투하는 과정 그 자체로 의미있다는 것이다. 


글작가인 맥 바넷과 그림작가 존 클라센이 긴밀한 소통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협업작업으로 이 그림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 작가들처럼 샘과 데이브도 함께 했기에 더 의미있고 어마어마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나의 그림책 글쓰기도 삽질과 같다. 긴 호흡으로 끝까지 가보면 샘과 데이브처럼 새로운 곳에 서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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