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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Oct 09. 2022

자연과 친구해요

화분을 키워주세요 / 우리 가족은 정원사입니다 / 숲은 살아있다


# 그림책 에세이

# 숲은 살아있다. / 은미향 그림책 / 북극곰

# 화분을 키워주세요 / 진 자이언 글, 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 그림 /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우리 가족은 정원사입니다. / 조안나 게인즈와 아이들 글, 줄리아나 스웨이니 그림 / 김정하 옮김 / 나는별


나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반려 동물로 기르지 않는다. 대신에 화초를 기르는 것을 좋아한다. 햇빛이 잘 드는 아파트 베란다에 화단을 만들어 제라늄 등 여러 식물을 기르고 있다. 크고 비싼 것보다는 작은 것을 심어서 조금씩 자라는 과정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레몬이나 아보카도, 유자 씨를 땅에 묻어났더니 씨앗이 발아해서 꽤 크게 자랐다. 작은 씨앗 속에 어떻게 그렇게 큰 나무를 품을 수 있는지, 놀라운 생명력에 감탄한다. 적당히 물만 줄 뿐인데, 제 힘으로 쑥쑥 자란다. 햇살 받으며 화단의 식물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요즘 재미있게 붙이는 말로 식집사니 베란자 정원생활자라고 한다. 나는 그런 거창한 이름 붙이기를 떠나 초록의 식물과 생명들이 자라는 숲을 좋아한다. 그래서 등산을 좋아하고 자주 가는 편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산악회 버스를 타고 먼 지역의 높은 산을 자주 갔다. 산악회 사람들과 가면 고지를 향해 걸음이 빠른 사람들을 앞세우고 걷기에도 바쁘다. 나는 내 속도로 힘을 다해 묵묵히 정상까지 간다. 남편과 함께 산행을 할 때면 느긋하게 충분히 숲을 관찰하고 풍경도 조망하며 걷는다. 아마추어 사진가인 남편의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여유있게 걸으면 숲을 깊이 만날 수 있다. 어떤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지, 숲의 모양새는 어떤지, 무슨 꽃이 피어있는지 여유있게 찾아보고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먼 거리 등산 대신 동네의 야트막한 산을 산책하고 있다. 큰 산이든 동네 산이든 숲은 생명의 터전이고 생명을 살리는 곳이다. 숲은 살아있다. 숲에 가면 마음이 평안하고 충만하다. 한 주간 지친 심신을 위로하고 에너지를 보충하기에 충분하다.


학교에 멋진 정원이 있어서 학교 특색사업 및 생태교육으로 정원을 관찰하고 화분에 공기 정화 식물 심는 활동을 자주 하는 편이다. 스파트필름, 개운죽, 스킨답서스, 호야, 아이비, 카랑코에 등 실내에서 쉽게 기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림책과 연계하여 호기심을 일깨우고 식물을 잘 길러보려는 마음을 갖도록 이끈다. 


『 화분을 키워주세요 』, 『 우리 가족은 정원사입니다 』는 식물 심기 전에 들려주기 좋은 책들이다. 이야기 구조도 짜임새 있고, 그림과 색채도 따스하고 아름답다. 초록초록한 식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연과 가까이 있는 것 같다. 식물을 잘 기르려면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고, 정성을 들여야 한다. 교훈조로 말하기보다 그림책 속의 주인공 친구가 말하듯이 보여주기에 식물에 대해 책임을 갖고 키우겠다고 한다.

< 화분을 키워주세요 >


< 우리 가족은 정원사입니다 >


학년이 올라갈수록 몇 번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 아이들도 가끔 보인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좀더 새로운 접근을 하기로 했다. 화초 대신 버섯 키우기~ 본 활동에 앞서서 버섯의 생태와 숲의 아름다움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그림책 『숲은 살아있다 』를 읽어주었다. 


『숲은 살아있다 』는 까마귀의 따스한 눈으로 본 달걀 버섯의 일생 이야기다. 까마귀의 눈이 드론 카메라를 대신하는 모양새여서 숲 전체를 넓게 펼쳐보다가 가까이 날아가 돋보기나 현미경으로 보듯이 실감나는 그림으로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이 책을 보고나면 지금껏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는 이미지로 각인된 까마귀가 동네 참새처럼 다정하고 정감있게 다가온다. 


최근에 은미향 작가의 줌 연수를 직접 들어서 친근한 느낌이 든다. 4년에 걸쳐 만든 첫 그림책이라고 한다. 작가의 남편은 버섯을 연구한 학자여서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숲을 자주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딸도 대를 이어 버섯 연구자다. 자주 만나고 접할수록 사랑하게 되는 것, 버섯 키우기를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주고싶은 마음이다. 

< 버섯은 살아 있다>

버섯은 동물일까, 식물일까? 아이들의 호기심과 도전감을 깨우는 발문이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대답을 한다. 정답은 동물도 식물도 아니다. 버섯은 균류다. 균류는 제 3의 존재인 것이다. 개체수로 따지면 모든 동물과 모든 식물을 합한 수보다 많지 않을까? 버섯과 균류에 대해 퀴즈를 풀어보고, 버섯의 생태에 대해 영상으로 생생하게 공부를 했다. 다양한 버섯을 감탄스럽게 보면서 식용버섯과 독버섯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버섯을 포함한 균류는 숲의 청소부이다. 균류가 없이는 생태계는 유지될 수 없다. 작고 눈에 띄지 않는 존재지만, 생태계를 떠받느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교 텃밭 가꾸기 예산의 일부로 구입한 버섯 재배 키트를 무척 신기해한다. 먼저 버섯 친구에게 이름을 지어준다. 밖으로 나와 하얀 균을 긁어내어 화단에 거름으로 준다. 물을 채워 30분 정도 둔 후에 뚜껑을 닫아 거꾸로 둔다. 축축한 환경을 좋아하는 버섯이라 학교에서는 주말에 관리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재배 과정을 배우고 클래스팅에도 안내해서 가정에서 키우기로 했다. 버섯으로 잘 키워낼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래도 버섯에 대해 공부하고 직접 길러본 경험 자체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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