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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Oct 09. 2022

어떤 씨앗을 심을까요?

신기한 씨앗 가게


# 그림책 에세이

# 『신기한 씨앗 가게』 / 글그림 미야니시 다쓰야(미야니시 타츠야) / 옮김 김수희 / 미래아이


< 신기한 씨앗 가게 >

 아이들의 말이 거칠고 메마르다. 내면이 단단하지 않아 자신의 아픈 마음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과잉 반응을 하는 아이들을 본다. 상처로 인해 얇은 표피밖에 남아있지 않은 듯 자그마한 자극에도 순식간에 방어적으로 대응하거나 공격적으로 맞싸운다. 재미있게 장난하다가도 금방 다툼이 되고, 자동반사적으로 욕이 나오거나 주먹이 먼저 나간다. 건드리기만 해도 금방 터트려지는 여린 물방울 같아서 그런 아이들일수록 쉽게 눈물을 흘리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속담이 정말 맞는 말이란 걸 살아갈수록 절감하기에 아이들이 보이는 행동을 보면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무엇이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아름답고 귀한 씨앗이 잘 자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학기초부터 버츄프로젝트의 미덕에 대해 소개하고, 교실 뒷면 환경판 한 쪽에 내내 미덕의 보물을 게시하고 있다. 무의식과 의식에 대해 소개하고 우리 안에는 이렇게 아름답게 빛나는 미덕을 갖고 있음을 이야기해준다. 우리 모두에게 깊이 숨어있는 마음의 보석을 꺼내어 빛내자고 강조한다.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미덕 수업을 계획하여 함께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의 개념 이해가 충분하지 못하고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속적이고 꾸준하지 못하여 아이들 속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다.


4월 중순을 지나면서 처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하루에 하나의 미덕을 소개하기로 했다. 매일 아침에 마음글쓰기 공책에 미덕 카드와 만다라 타로 카드(에너지 카드)를 뽑아 간단하게 쓰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미덕의 뜻을 잘 모르는 3학년 아이들이 공책에 직접 쓰면서 미덕의 뜻과 내용을 익히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6월초까지는 내가 뽑아서 정리해서 PPT화면으로 보여주면 아이들이 보고 쓰고, 그 미덕이나 에너지 카드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1~2줄로 정리했다. 6월 중순부터는 자신이 직접 각각의 카드 두 장을 뽑아서 읽어본 후 쓰고 싶은 내용을 적는다. 그러자 열심히 하라고 채근하지 않아도 아침에 일찍 와서 재미있게 하고 있다. 그동안 하기 싫어했던 아이들까지도 열심히 한다. 자신들이 직접 카드를 선택해서 그런지 재미를 느끼며 하는 걸 보니 자율성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용기, 경청, 배려, 협동, 청결 등 아이들 내면에 들어있는 아름다운 씨앗들이 멋지게 자라고 꽃피우길 바라고 믿는 마음으로 그림책 『신기한 씨앗 가게』를 함께 읽었다. 


호기심 많은 꼬마 돼지가 너구리 아저씨의 신기한 씨앗 가게를 발견한다. 너구리 아저씨가 준 씨앗을 심고 이상한 주문을 외우자 나무가 쑥쑥 자라나 이상하고 특별한 열매를 주렁주렁 맺는다. 하얗고 차가운 씨앗은 흰 눈사람 열매로, 고리 모양 씨앗은 도넛으로, 알록달록 씨앗은 알록달록 풍선 열매로 변신한다. 아기 돼지가 나오는 시리즈에 방해꾼 늑대는 돼지를 위협하고 아기 돼지는 신기한 씨앗의 마법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씨씨씨! 앗앗앗! 신통방통 씨앗! 씨앗!”


아이들과 함께 마법의 주문을 힘차게 외쳐보고, 자신만의 마법의 주문을 만들어 보기, 마음에 드는 씨앗 찾기, 나만의 씨앗 만들기 활동을 한다. 요즘 아이들이라 그런지, 돈이 나오는 나무, 돈 씨앗을 말하는 아이들도 꼭 나온다. 책이 주는 즐거움과 함께 상상하고 표현하는 재미를 맛보기에 좋은 책이다. 좋은 씨앗을 심어야 좋은 열매를 거두는 법이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마음에 어떤 씨앗을 품고 어떤 씨앗을 심느냐에 따라 그 열매가 다르다는 것도 이야기해준다. 


미야니시 타츠야 작가는 무려 100권이 넘는 그림책을 썼다. 단순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여 유머와 재치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신기한 씨앗 가게』는 『신기한 우산 가게』, 『신기한 사탕』과 결을 같이 하고, 『엉뚱한 크레파스』, 『엉뚱한 샴푸』, 『엉뚱한 치약』 처럼 기본 구조는 비슷하나 약간씩 내용을 바꾼 책들도 많다. 『고녀석 맛있겠다』 시리즈도 유명하여 특유의 상상력과 재미를 보여주고 있어 저학년 이하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책들이 많다. 


나는 작가에 대해 알아보면서 그림책 씨앗을 심어 그림책이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가 떠올랐다. 자본주의 시대에 대량 생산 시스템을 갖춘 그림책 공장을 돌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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