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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Oct 09. 2022

진정한 친구를 만나고 싶어요

보이지 않는 아이


# 그림책 에세이

# 보이지 않는 아이

트루디 루드위그 글그림 /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보이지 않는 아이 >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목소리가 큰 사람들과 조용한 사람들 그룹이 있다. 교실은 특히 그 구분이 분명하다. 자기를 드러내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발표도 열심히 하고 큰 소리로 자기 주장을 하는 아이들이 있다. 대개 이 아이들이 반 분위기를 주도해가고 서로간에 싸움이나 분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말이 별로 없고 조용히 교사의 지시를 따르며 할 일을 열심히 하는 아이들과 무기력한 모습으로 하기 싫어하고 열심히 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우리 반의 경우 1/3은 밖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아이들이고, 1/3 정도는 조용히 자신을 보여주는 아이들이다. 아이들마다 고유의 성향이나 특성이 있어서 쉽게 바뀌지 않는다. 교사 입장에서 조용한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거나 의도적으로 기회를 더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아이』에 나오는 교실도 비슷하다. 

“나단은 선생님 말씀대로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아요.

교실에 있을 때도 운동장에 있을 때처럼 큰 소리로 떠들어요.

소피는 뭐든 제 마음대로 안 되면 징징대고 툴툴대기 일쑤예요.

나단과 소피는 아주 눈에 잘 띄지요.

브라이언는 그 반대예요.” 


아이들과 『보이지 않는 아이』를 함께 읽었다. 브라이언은 그 교실에서 투명인간이다. 다른 친구들은 밝고 화사한 컬러로 표현된 반면 브라이언은 색이 없는 흑백으로 희미하고 약하게 그려져 있다. 


“여러분은 투명인간 브라이언이 보이나요?”


아이들은 브라이언을 금방 찾아내며 다음 전개 과정에 호기심을 드러낸다. 


브라이언은 점심시간에도 혼자 밥을 먹고, 쉬는 시간에도 조용히 그림을 그리며 상상 속 친구를 만들어 논다. 체육시간이나 놀이 시간에는 끼워주지 않아 외톨이가 된다. 


새 친구 저스틴이 전학 오면서 상황이 조금씩 달라진다. 


“놀림 받는 게 더 나쁠까?

투명인간이 되는 게 더 나쁠까?”


우리 반 아이들은 둘 다 나쁘다고 대답한다. 

- 둘 다 나쁘다. 나를 있는 척도 안해 주니까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 브라이언이 투명인간 취급을 받아서 기분이 안 좋겠다. 

- 놀림 받으면 기분이 나쁘다.


저스틴과 친구가 되면서 비로소 브라이언은 색을 되찾고, 웃음을 보여준다. 저스틴은 친구를 배려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잘 보여준다. 이야기를 다 읽고 나니 우리 반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조금 따스해진 느낌이다. 주인공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책을 읽고 난 소감을 쓰고 나누었다. 


- 저스틴, 넌 착한 아이야. 너 덕분에 브라이언이 색을 찾을 수 있었어.

- 저스틴아, 브라이언 학교에 전학을 와서 브라이언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주어서 정말 고마워. 앞으로도 브라이언의 좋은 친구가 되어 줘.

- 브라이언, 넌 그림을 참 잘 그린다. 와우, 짝짝짝!

- 브라이언이 친구를 사귈 수 있어서 다행이다. 색이 보일 수 있어서 참 좋다. 

- 브라이언아, 넌 처음에 얘들이 너를 안 봐줘서 조금 기분이 안 좋았지? 근데 지금은 친구들이 알아줘서 기분이 좋을 거야. 브라이언, 넌 참 착한 아이야.

- 브라이언이 처음에 불쌍했는데, 친구들이 같이 있어주니까 기분이 좋다. 

- 브라이언아, 너는 그림을 참 잘 그리고, 용기를 내서 말하는 게 대단해.


아이들은 브라이언과 저스틴의 관계 변화를 함께 기뻐한다. 브라이언이 먼저 용기를 내어 저스틴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 중요하다는 걸 이야기해준다.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의 마음도 보인다. 

- 저스틴, 너는 어떻게 친구를 잘 사귀니? 넌 참 좋겠다.


『보이지 않는 아이』는 아이들의 실제 생활 모습과 매우 비슷한 부분이 많아 공감하면서 읽기에 좋아서 해마다 빠트리지 않고 함께 읽는 그림책 중의 하나이다. 따돌림당하는 아이의 마음, 놀림 당하는 아이의 마음을 느끼면서 이야기 나누기에도 좋다.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나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잘 모르는 아이들이 작은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 친구가 있다는 게 정말 좋은 것이라는 걸 알았다.

우리 반에 브라이언 같은 친구를 품어주는 저스틴 같은 친구가 많아지길 바라지만, 그래,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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