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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Oct 09. 2022

바다로 함께 떠나요~

할머니의 여름 휴가, 할머니의 용궁 여행


# 그림책 에세이

# 『할머니의 여름 휴가』 / 안녕달 그림책 / 창비

# 『할머니의 용궁 여행』 / 권민조 글그림 / 천개의 바람


여름이다. 


짧은 장마비 이후에 땡볕이 이어지고 있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하는 일은 블라인드 내리기이다. 교실은 이내 어두어지고 전등 아래 닫힌 공간이 된다. 1층 교실인데도 동향 방향이라 아침 햇살이 따갑게 비쳐들어오기 때문이다. 에어컨 온도가 낮지 않아 선풍기를 돌려야 조금 시원한 느낌이 난다. 이런 날에도 끝나자마자 축구화 신고 축구공을 챙기는 아이들이 있다. 반장을 비롯하여 몇 몇 아이들은 날마다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공을 찬다. 한창을 뛰어놀고나서 더운 열기를 식히려 교실에 오기도 하는데, 덥지 않냐고 물으면 괜찮다고 말한다. 얼굴은 붉게 익고, 온 몸이 땀으로 젖었는데도 목소리는 밝고 힘차다. 누가 이 아이들을 말릴 수 있으랴.


미술 시간에 바닷 속 풍경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하기 전에 여름 방학을 기대하며 두 권의 그림책을 골랐다. 『할머니의 여름 휴가』 와 『할머니의 용궁 여행』 이다. 둘 다 할머니가 주인공이고 바다와 관련 있다. 

< 할머니의 여름 휴가 >


안녕달 작가의 『할머니의 여름 휴가』는 1, 2학년 때 접해본 아이들이 많아서 그런지, 친근하게 생각하고 흥미롭게 받아들였다. 아이들도 여름 방학과 여름 휴가에 대한 기대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도 우리 가족의 여름 휴가가 생각났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여름 휴가 때마다 시부모님 혹은 친정 어머니를 모시고 다녔다. 주로 섬여행을 많이 다녀서 인천의 인근 섬들은 거의 다 다녔고, 전라도의 섬들도 여러 곳 다녀왔다. 가까운 바다든 먼 바다든지 깨끗하고 맑으며 고유의 아름다움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제 시부모님을 돌아가시고, 친정어머니만 계시는데, 바다에 가면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갯벌에서 조개 같은 걸 잡는 것도 좋아하셔서 작은 수확에도 바다가 이런 걸 다 품고 있다고 기특해하셨다. 오래 사니 별 경험을 다 한다며 고운 모래 사장을 맨발로 걷기도 하고 물놀이도 즐겁게 함께 하시곤 했다.


팔십 중반을 넘어가면서 여러 질병으로 몸이 갈수록 약해진 어머니의 모습이 『할머니의 여름 휴가』 속 할머니와 꼭 닮았다. 강아지를 키우지는 않지만, 텃밭에 이런 저런 채소를 가꾸며 시골에서 혼자 계시는데, 요즘 빠르게 노쇠해가는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 없다. 


『할머니의 여름 휴가』의 할머니는 특별한 기쁨을 누렸다. 손자가 선물로 준 소라껍데기가 바다로 가는 길을 열어 주었기 때문이다. 수영복을 찾아 입고, 돗자리, 양산, 수박을 챙겨 강아지 메리와 바다로 간 할머니는 바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바닷 바람을 느끼며 기념품 가게에서 바닷 바람 스위치를 산다. 바다 휴가를 다녀온 할머니의 매일 반복적인 일상에 활기가 생긴다. 우리 어머니께도 다시금 활력을 되찾을 소라껍데기를 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할머니의 용궁 여행 >


TV를 거의 보지 않지만 주변 지인들이 적극 추천해준 것을 넷플릭스를 통해 몰아보기도 한다. 최근에 감명깊에 본 드라마가 〔우리들의 블루스〕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전체로 어우러지며 인생의 다양한 면모와 사람들이 어려움 가운데서도 함께 하는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었다. 이 드라마는 독특한 제주도 사투리와 함께 제주도 해녀들의 물질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드라마 속의 춘희할망같은 해녀 할머니와 손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할머니의 용궁 여행』을 함께 읽으며 〔우리들의 블루스〕 이야기를 꺼내자 여기저기서 자기도 안다, 부모님과 함께 봤다고 말한다. 


할머니가 늦도록 전복이랑 소라 대신 잡아온 것은 플라스틱을 비롯한 육지 쓰레기였다.


“용왕님이랑 바다 동물들이 병들고 아픈 것은 무엇 때문일까?”

“환경오염이 심해지고 바다 쓰레기가 많아서 그래요.”

“해녀 할머니의 망사리에 가득 담긴 온갖 플라스틱은 어디서 왔을까?”

“사람들이 쓰다 버린 거예요.”


태평양의 쓰레기 섬 사진과 영상도 함께 보며 바다 오염의 심각성에 얼굴이 찌푸려지는 아이들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든다. 지금 이순간 편리하다고 쓰고 버린 것들이 한편에서 거대한 쓰레기 산이 되고, 우리의 먹거리가 나오는 바다가 오염되고 땅이 썩어간다. 결국 긴 먹이사슬의 끝에 있는 우리에게로 돌아온다는 걸 말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 나눈다. 이번 여름 휴가에는 가능하면 쓰레기 적게 만들기, 쓰레기는 꼭 집으로 가져와 분리하기 등을 약속한다. 


우리가 책임지고 가꾸고 만들어가야 할 아름다운 바닷 속 꾸미기 활동으로 마무리한다. 아이들은 어느 때보다 정성껏, 성의있게 바닷 속 풍경을 꾸민다. 각자 개성있게 완성한 작품을 칠판에 게시하면서 마음이 무겁다.

나만의 바다 풍경 그리기 아이들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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