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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Sep 25. 2022

산은... 그냥 산이구나.

그냥 산


# 그림책 에세이

# 『그냥 산』 / 레베카 구거,사이먼 뢰슬리스베르거 글/ 레베카 구거 그림 / 서희준 옮김 / 계수나무

그림책 <그냥 산>


3학년 과학 1단원이 동물의 생활이다. 

초성퀴즈나 단서 보고 알아맞히기 등 재미있는 방법으로 여러 동물들을 만나 본다. 그리고 다댱한 동물 카드를 살펴보고 기준을 정해 분류해본다. 다리가 몇 개인지, 사는 곳이 어디인지. 날개나 다리가 있는지 등 여러 기준에 따라 동물 카드를 나누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본다. 

다음 과정으로는 땅, 물, 하늘, 사막이나 극지방 등 사는 곳에 따라 동물들의 특징을 자세히 살펴본다. 대부분 아이들은 흥미와 관심을 갖고 동물 탐색을 열심히 한다. 자신이 아는 바를 열심히 말한다. 우리는 어떤 동물에 대해 공부하면 다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아는 것은 어느 정도일까?


동물의 생활에 대해 공부하는 과학 수업에 함께 읽기에 좋은 그림책을 만났다. 

사는 곳이 다른 여러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레베카 구거의 『그냥 산』이다. 

내가 보기에는 동물의 모습이 아기자기 하거나 예쁘지 않게 보인다. 이 또한 나의 관점임을 인정한다. 


“산은 커다란 나무와 초록 풀들로 가득한 숲이야‘”

곰이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산은 초원이야. 꽃과 약초가 있고, 

신선한 향기와 꿀벌의 윙윙거리는 소리로 가득하지.”

양이 가늘고 높은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산은 물로 둘러싸여서 언제나 축축해. 

그곳은 수많은 물고기와 아름다운 해초들의 집이야.”

문어가 못마땅한 듯이 말했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아. 우리가 산을 만들었다고!

미로처럼 수많은 터널로 이루어져 있지.”

개미는 근육을 뽐내며 말했지요. 


“아니야! 산은 바위야. 

돌이 많고 무척 가파르다고!”

산양이 소리쳤어요.


쳇, 바보들 같으니라고.

산은 하얀 색이야. 모든 것이 새하얗지. 

그리고 무척 추워.”

눈처럼 하얀 토끼가 말했어요. 


동물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산에 대해 말하고 서로 자기가 맞다고 우기고 다툰다. 산꼭대기에 가본 적이 있냐고 새가 물어보자 동물들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산에 오른다. 그들이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모두 조용히 모여 앉아 한참동안 산 아래를 바라보았어요.

산 아래의 풍경은 정말 작고 평화로워 보였지요.

“산은... 그냥 산이구나.”〕


맞다. 산은 그냥 산이다. 

산꼭대기에 올라간 동물들은 이제야 비로소 실상을 보게 된다. 또한 산은 동물들이 말한 그것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네 말도 맞고 내 말도 틀리지 않았다. 이제 산은 곰의 숲이고, 양의 초원이다. 또한 산은 산양의 바위이고, 개미집을 품고 있다. 물론 문어의 바다 속 산도 맞고 토끼의 하얀 세상도 산의 한 부분이다. 


아이들과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림책을 읽어본 후 내 생각만을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때로 좁은 생각일 수 있다고 말해준다. 같은 사물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 친구들과의 다툼이 생기는 이유도 우리가 그림책 속의 동물 친구들처럼 내 시각에서 보고 내 입장만 옳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하니 조금은 쉽게 받아들인다. 

" 좀더 너그럽게 친구의 입장을 존중하고 이해해주기로 하자~"


학부모 상담주간이라 전화 상담이나 대면 상담으로 학부모들을 만났다. 친구들과는 잘 지내는지, 학습은 어떻게 잘 따라가는지 궁금해하신다. 나는 아이들이 보여주는 말이나 행동을 기준으로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한다. 궁금증이 풀려서 안심이 된다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걱정하는 반응도 있다. 


교사인 나는 학생들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일까?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를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을 전부라고 생각한다.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렇다. 심지어 작은 사물 하나도 명확하게 그 실상을 바르게 보지 못한다.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한 것으로 판단하고 분별하여 정의한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자신이 본 것,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라는 좁은 시각을 갖게 된다. 

그리고 자신은 옳다고, 너는 틀렸다고 주장한다. 참모습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왜곡된 형태로 받아들여서 갈등이나 다툼으로 변하기도 한다. 맹인모상, 즉 장님 코끼리 만지기인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은 마음의 눈을 뜨고 실상을 보는 것이다. 

이 세상의 실제 모습, 자기 자신의 실제 모습이 바로 코끼리요 그냥 산이다. 

우리 아이들도 그냥 본래의 자기 자신임을 항상 기억해야겠다. 


그냥 산 그림책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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