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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Sep 18. 2022

나누어도 더 커지는 게 있을까요?


# 그림책 에세이

# 『세상에서 제일 큰 우산』 / 에이미 준 베이커 글그림/ 주니퍼 베이츠 글 / 최순희 옮김 / 열린어린이

#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 / 맥 바넷 글 / 존 클라센 그림 / 홍연미 옮김 / 길벗어린이 


세상에서 제일 큰 우산 그림책 표지

한 해의 추수와 수확을 감사하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엄청난 태풍 소식과 함께 하루 종일 비가 쏟아진다. 내가 사는 곳은 다행히 큰 비와 바람이 좀 세차게 부는 걸로 지나갔지만 제주도와 경상도 쪽은 피해가 크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가을의 맑은 태양 아래 곡식들이 실하게 익어가는 계절에 몰아치는 태풍은 참 얄밉다. 단단하게 여물지 못한 감이며 도토리들이 땅바닥에 떨어져 밟히거나 으깨져 있다. 


비바람을 뚫고 학교에 온 아이들과 비 이야기도 하고 태풍 이야기도 나눈다. 이럴 때 함께 읽기에 좋은 그림책을 찾았다. 『세상에서 제일 큰 우산』이다. 글과 그림이 단순하고 소박하다. 


웃는 얼굴이 그려진 큰 우산이 현관 옆에 세워져 있다. 노란 비옷과 파란 장화를 신은 아이가 우산을 펼친다. 



“우산은 남을 도와주는 걸 좋아해요.

우산은 두 팔을 활짝 펼치는 걸 좋아해요.

우산은 사람들이 비를 맞지 않게 도와주는 걸 좋아해요.

우산은 자신의 품으로 사람들을 모아들이고 싶어요.


키가 껑충한 친구도 괜찮아요.

털이 북슬북슬한 친구도 괜찮아요.

바둑판 무늬 옷을 입어도 괜찮아요.

다리가 몇 개이든 상관없어요.


그 곳엔 언제나 자리가 있어요.”


사람들이 하나둘 우산 속으로 들어오자 놀랍게도 우산은 점점 커진다. 동물들도 우산 속으로 들어온다. 우산은 어떤 조건을 내세워 차별하지 않는다. 외적인 조건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온 마을 사람들이 빨간 우산 속으로 들어오고 이제 우산 속 세상은 유쾌하고 발랄하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도와주고 맛있는 것을 나누어 먹는다. 아이들은 신기해하면서 함께 그림책 속 세상으로 들어간다. 


“세상에 이런 우산이 있을까요?” 

한 친구의 질문을 학급 전체에 돌려 묻는다. 

아이들은 그런 우산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질문의 방식을 바꾸어 다시 묻는다.

“이 세상에 우산 같은 존재가 있을까요?”

막막해 하는 아이들에게 공기는 어떤가요? 라는 힌트를 말하자, 

아이들은 햇볕, 달, 우주, 나무, 땅, 물, 불, 바람 등을 찾아낸다. 

아낌없이 내어주고 누구든지 품어주는 자연 그 자체가 이 그림책의 큰 우산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우리를 품어주고 아낌없이 거져 내어주는 존재들의 도움으로 우리는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다. 


애너벨과 신기한 우산 그림책 표지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도 유사한 주제를 담고 있어 같이 소개했다.


작고 추운 마을에서 애너벨은 갖가지 털실이 들어있는 조그만 상자를 발견한다. 그 털실로 스웨터를 뜨고, 강아지 옷을 떠도 털실은 남아있다. 친구들과 선생님, 가족들, 마을의 동물들까지 스웨터를 떠 주었는데도 털실은 계속 남아있다. 마을 전체를 달라지게 할 만큰 신기한 털실이다.


주어도 주어도 없어지지 않는 신기한 털실은 무엇일까? 

자연만이 아니라 부모님의 사랑의 마음도 털실과 같지 않을까?


우리는 물질 중심의 자본주의 세계에 깊이 젖어들어 풍요 에너지보다는 결핍의 에너지를 더 많이 내뿜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사용하면 할수록 줄어들고 없어지고, 따라서 내 몫은 줄어든다는 생각에 나누거나 함께 하는 것 꺼려한다. 그림책에 나오는 우산과 털실은 풍요로 가득한 우주와 우리 본래의 마음을 뜻한다. 우리의 마음을 크게 내어 나누고 내어주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더 커지는 나눔의 마음, 주고 받는 상생의 마음인 것이다. 


우리반 친구들이 수학 시간이나 체육 시간에 서로 도와주고 가르쳐주는 것도 재능 나눔이다. 퍼내도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많아진다고 말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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