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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Dec 10. 2022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아요

행복을 나르는 버스


# 그림책 에세이

# 주제 ~ 기쁨

# 행복을 나르는 버스 / 글 맷 데라 페냐 / 그림 크리스티안 로빈슨 / 비룡소

행복을 나르는 버스 표지

기름을 넣고 오랜만에 세차를 하였다. 아저씨는 손으로 닦아주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1,000원이 비싸다고 말한다. 무척 꼼꼼하게 구석구석 닦아주었다. 아저씨는 돈을 받고 세차를 할 뿐이지만 그분의 말이나 행동에는 친절함이 묻어났다. 


세차 후 브레이크를 밟으니 윙-소리가 나더니 바닥이 긁히는 것 같은 큰 소리가 났다. 차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와락 겁이 났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단골 카센타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소에도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손님을 대하는 분이다. 일과가 끝난 시간이지만 아저씨는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브레이크 패드부분에 물이 들어가서 그런 거라면서 곧 괜찮아질 거라고 한다. 안심하면서 조금 운행하니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아는 분의 가게에 들렀는데, 마침 묵가루가 넉넉하다며 즉석에서 묵을 쑤어 나눠주었다. 오늘 내가 받은 친절과 배려 덕분에 마음이 훈훈하고 따스해졌다. 내가 누린 이 기쁨이 참 감사했다. 세 분 모두 자신의 일을 하면서 친절한 마음을 내어 만나는 사람을 기쁘게 하였다.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혹은 이 세상에 어떤 친절한 마음을 내면서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서로를 배려하고 나누는 친절한 마음들이 가득할 텐데, 그것을 찾지 못하는 게 아닐까? 


「행복을 나르는 버스」는 매주 일요일 버스를 타고 무료급식소 봉사를 하러 가는 할머니와 시제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잔잔한 미소와 함께 마음 속에 따스함이 번진다. 


할머니는 시제이의 투정어린 질문에 지혜롭고 친절한 대답을 해준다. 

“비가 왜 이렇게 많이 와요?” 

“나무도 목이 많이 마르거든. 저 큰 나무를 보렴. 

굵은 빨대로 이 비를 쭉쭉 빨아 마시고 있잖니?"


자주 만나는 시제이를 즐겁게 하려고 동전 마술을 보여주는 악어버스 기사 아저씨도 인상깊다. 버스안에는 기타를 들고 탄 남자, 나비가 든 유리병을 안고 탄 할머니, 안내견과 함께 탄 시각장애인 등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있었다. 할머니가 먼저 인사를 하자 시제이도 인사를 한다. 


“저 아저씨는 왜 보지 못할까요?

“시제이, 꼭 눈으로만 세상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야.

어떤 사람들은 귀로 세상을 본단다.”

“맞는 말씀이에요. 코로도 볼 수 있지요. 아주머니는 오늘 강하고 세련된 향수를 쓰셨군요.”


시제이의 질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할머니의 대답과 자신을 긍정하면서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는 시각장애인의 대화, 버스 안 사람들이 모두 눈을 감고 기타치는 아저씨의 연주를 함께 듣는 장면은 참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여기는 왜 맨날 지져분해요?” 

“아름다운 것은 어디에나 있단다.

늘 무심코 지나치다 보니 알아보지 못할 뿐이야."


시제이는 다른 마음으로 그 거리를 보니 새롭게 아름다운 것들이 보인다는 걸 알게 된다. 

시제이는 늘 생각도 못한 곳에서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는 할머니가 신기하기만 하다. 어디에나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할머니는 삶의 기쁨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지혜로운 할머니와 동행하면서 세상을 배우는 시제이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생각하니 상상만으로도 즐겁다.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친절한 마음을 내어 기쁨 에너지를 퍼트리는 할머니의 태도를 배우고 싶다. 「행복을 나르는 버스」를 타고 함께 여행을 하고 나니 나의 딱딱한 마음이 조금은 말랑말랑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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