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하는나무 Dec 10. 2022

외로움의 무게를 아시나요?

순례씨, 엄마의 계절


# 그림책 에세이

# 주제 ~ 외로움

# 순례씨 / 채소 글 그림 / 고래뱃속

# 엄마의 계절 / 최승훈 글 그림 / 이야기꽃

순례씨 표지

김장을 하기 위해 시골 엄마네로 왔다. 오래 비어있는 집에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대문에서부터 “엄마” 하고 부르면 반가운 얼굴로 맞아주시고, 먼 길 오느라 수고했다며 따뜻한 환대를 받았을 텐데, 고요한 정적만이 가득하다. 달력을 보니 10월에 멈춰있다. 한 달이 넘도록 병원에 입원해 계신 까닭이다. 시골 집은 엄마 그 자체였음을 엄마의 부재로 실감한다. 밤에 혼자 잠을 자는데, 엄마의 외로움과 쓸쓸함이 오롯이 느껴진다. 홀로 되신 지 40년, 40대 중반에 혼자 되어 홀로 농사 지으며 어린 4남매를 키우셨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다 지켜 잠드시느라 외로움을 느낄 여유도 없다. 그 감정마저 호사라 여기며 살아온 우리 엄마의 고된 삶의 무게감에 내 마음에 큰 돌덩이가 얹힌 것 같다. 이젠 좀 편히 사셔도 좋을 때에 육신은 온갖 질병으로 마음의 편안함을 누리게 하지 못한다. 


엄마가 김장하는 게 점점 힘이 든다고 하여 내가 조금 거든다고 김장에 맞춰 내려온 지도 몇 해 되지 않는다. 그 전까지는 김장도 엄마가 다 해놓은 완성품만 가져다 먹으면 되었다. 작년만 해도 엄마가 미리 배추 다 절여놓고, 큰 통 하나 가득 양념을 준비해두어 버무리기만 하면 됐다. 


올해는 안타깝게도 엄마가 부재한 시골 집에서 엄마가 텃밭에 심어놓은 무와 배추, 갓과 파를 올케와 둘이서 갈무리하기로 했다. 가까이 사는 올케가 미리 배추랑 무를 뽑아놓았다. 올케의 주도 아래 나는 도와주는 수준으로 배추에 소금뿌려 절이고 양념을 준비해 버무렸다. 무는 큼직큼직 썰어 석박지로 만들고 갓김치와 파김치도 조금 만들었다. 배추나 무의 양이 많지도 않고 조금 거드는 수준만 했을 뿐인데, 김장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고 무척 힘이 든다는 걸 실감했다. 그동안 편하게 가져다 먹기만 했는데, 정말 감사하고 송구한 마음 가득이다. 


우리 엄마 같은 어르신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책을 만나면 반가우면서도 마음 한 쪽에는 안쓰러움이 밀려든다. 2022년 10월 신간으로 나온 채소 작가의 『순례씨』 도 우리 엄마를 꼭 닮았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텃밭을 일구고 밤에는 혼자서 TV를 본다.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들과 함께 웃고, 함께 분노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순례씨』 는 흥겨운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이 효자고, 달달한 믹스 커피가 효녀라고 말한다. 


최승훈 작가의 『엄마의 계절』 에서도 외로운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몸이 아파도 자식들 걱정할까봐 괜찮다고 말하고, 이것저것 심고 가꿔서 자식들에게 챙겨주는 게 가장 큰 재미며 보람으로 여기신다. 자식들이 다녀가면 그저 반갑고 고마운 엄마의 마음을 잘 보여준다. 

엄마의 계절 표지

도시에도 독거노인이 많이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많아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시골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엄마 뿐만 아니라 앞집, 옆집 모두 연로하신 어르신 혼자 사신다. 자식들은 도시로 나가 살고 노년에 혼자 시골집을 지키고 계신다. 우리 엄마같은 많은 순례씨들이 경험하는 그 긴 시간 외로움과 적적함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을까? 


부모 세대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노후를 준비할 여유가 있는 우리는 덜 외로운 노년을 보내게 될까? 아니, 우리는 그 노년의 외로움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쉬이 답을 낼 수 없는 과제다. 




작가의 이전글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