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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Dec 10. 2022

당신을 설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날 아침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 그림책 에세이

# 주제 ~ 설렘

# 그날 아침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 바루 지음 / 엄명순 옮김 / 여유당

그날 아침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표지

“당신을 설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설렘을 주제로 글을 쓰려고 따라온다.


살면서 나는 언제 가슴 뛰고 설레었던가?

설렘이라는 단어마저도 아련한 안개 너머로 희미한 빛으로 남아있지 않은가?

모든 것이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로 가득 차 있어서 그저 그런 일상들로 무채색의 하루를 채우고 있지 않은가? 아침을 시작할 때 어떤 새로운 기대와 설렘을 품는가?

내가 최근에 그 설렘의 떨림을 느꼈던 때가 언제였던가?


생각해보니 가슴 떨리고 설레는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뭔가를 처음 시작할 때, 알지 못하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을 때, 어려운 과제에 도전할 때 두렵기도 하지만 설레임으로 흥분하게 된다. 아름다운 자연을 만났을 때, 웅장하고 엄청난 규모의 자연 풍경을 마주할 때도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동과 함께 설렘의 흥분이 가득하게 된다. 

내 마음을 흔들거나 울리는 감동을 주는 책이나 영화를 만났을 때도 내 마음에는 파문이 일어난다. 내용 전개가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이 기대되고 흥분된다. 

언제 읽어도 좋은 『빨간 머리 앤』도 그 중에 하나이다. 어린 시절 큰 울림으로 남아있는 『빨간 머리 앤』을 최근에 오디오북과 영화로 다시 만났다. 인생의 중반기에 만나는 앤의 이야기는 정말 새롭고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실수투성이 앤은 어려운 상황을 재미있는 상상으로 바꾸고 생기 있고 호기심 가득한 태도로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준다. 앤이 보여주는 재미있고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내 안에서도 불러내고 싶어진다.

“마릴라 아주머니, 내일은 아직 아무 실수도 저지르지 않은 새로운 날이에요!” 

“이 길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전 가장 좋은 게 있다고 믿을래요!”


책이나 영화보다도 더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은 여행이다. 가보지 못한 새로운 곳, 새로운 풍경,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은 언제나 신선하고 즐겁다. 


‘떠나야 해. 자, 어서 가방을 싸자.’

여느 날과 다름없는 아침, 주인공 나는 책 두 면을 가득 채우는 온갖 물건들을 가득 넣은 가방을 챙겨서 집을 나선다. 그림책 『그날 아침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맑은 날이나 바람 부는 날에도 쉬지않고 걸으면서 온갖 새로운 경험을 한다. 곰을 만나기도 하고, 멜론 하나와 텐트를 맞바꾸기도 한다. 산과 들판과 도시를 만난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도 하면서 가지고 있는 물건들은 하나씩 줄어든다. 마침내 가벼운 빈 손으로 집으로 다시 돌아온 나는 차를 팔고 자전거를 산다. 이웃과 씨앗을 나누어 심고 함께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눈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아침, 나는 일어납니다. 아름다운 하루가 시작됩니다.”로 이야기가 끝난다. 


여행을 다녀온 나는 이전과 같지 않다. 많은 것을 쌓고 소유하기보다는 비우고 나누고 함께 하는 일상을 새롭게 시작한다. 매일의 일상이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다. 새로운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면 전혀 다른 세상이 보인다. 당연한 것들로 타성처럼 굳어진 일상의 루틴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 인생은 하나의 큰 여행과 같다. 그렇다면 매일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것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만드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내가 『빨간 머리 앤』을 좋아하고 동경하는 것도 앤은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몇 년 전에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프로그램 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 행복에 대한 과학적 탐구와 행복의 확산을 목적으로 서울대 최인철 교수의 주도하에 교사연수 및 다양한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행복도 연구하고 탐구하는 거라니 재미있는 발상이다. 그 연수에서 마음에 남은 것 중의 하나가 매일의 일상을 ‘당연해’가 아닌 ‘감사해’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지루하고 힘들다고 생각하는 반복되는 일상을 ‘당연해’가 아닌 ‘감사해’의 눈으로 바라볼 때 삶의 모든 조각들은 설렘으로 반짝일 것이다. 기적은 특별함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펼쳐진 나의 모든 경험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면 내 삶의 모든 여행은 기대와 설렘으로 가슴이 두근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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