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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크 Mar 14. 2024

돈돈돈

# 수저론 #벼락거지

5년 된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기로 결심하고, 남자친구에게 모은 돈이 얼마인지 물었을 때 “200만 원”이라는 대답을 듣고 꽤 충격을 받았다.

6년 동안 직업군인을 하고, 2년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 후, 이제 공무원 생활을 한 지 4년 차가 넘었는데 경제관념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최대한 비난조로 들리지 않게 노력하면서, “나보다 직장생활 기간이 짧고 나이도 어리니까 그럴 수 있겠다”라고 말했다.


수저론의 기준 중 ‘교육 수준’과 ‘직업’은 남편과 나 둘 다 ‘대졸’, ‘공무원’으로 같다. 그래서 막연히 같은 수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다른 수저였다.


결혼한 후 주택구입을 위해, 각자 월급 중 100만 원씩을 모으기로 약속하고 나머지 돈은 자유롭게 쓰기로 했다. 월급 액수도 비슷해서 가처분 소득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남편은 월세를 살고 있어 고정적으로 월세가 나갔지만, 나는 부모님이 주신 돈과 내가 모은 돈으로 원룸을 구입해 주거비 부담이 없었다.


남편의 오래된 중고차는 여기저기 조금씩 고장이 나서 수리비가 나가더니 운행을 못할 지경이 되자 새 차가 아닌 다른 중고차를 구입하게 되었다. 내가 몇 년 간 지켜본 차만 해도, 중고 코란도, 중고 아반떼 hd, 중고 nf소나타까지 총 3대나 됐다.

반면에 나는 중고로 구입한 i30를 교통사고로 폐차한 후, 신차 k3를 구입했는데 3년 동안 한 번도 고장이 안 나서 수리할 일이 없었다.


대학교 학비의 경우에도 우리 집은 부모님이 학비를 주셨는데, 남편은 부모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학사장교를 하면서 등록금을 지원받아 대학교를 졸업했다.

생각해 보니 월급이 비슷해도 내가 남자친구보다 저축하기 수월한 조건이었다.


그동안 ‘위’만 보고 부모님의 도움으로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온 사람을 부러워한 적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나는 부모님 덕을 많이 본 것이었다.


 24년 3월 기준, 유튜브 채널 중 수백만의 구독자가 있는 채널이 부읽남(122만 명), 삼 프로 TV(238만 명), 슈카월드(308만 명) 같은 재테크 채널이고, 직장에 출근해서도 어느 아파트가 분양하는데 최소 얼마는 건질 수 있다든지, OO주식이 핫하고, 코인 시세가 어떤지에 대해 일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이 투자에 얼마나 진심인 지 알 수 있다.


‘누구는 어디에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다더라’는 이야기를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계속 듣게 되면, 혼자만 '벼락거지'가 된 것 같고, 당장 나도 뭔가 투자를 해야 할 것 같은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생각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 경제적 목표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정하려고 한다.


나의 기준은 멍뭉이랑 같이 살 수 있도록 25년 상반기까지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고(지금 전셋집은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는 조건이어서 전원주택에 사는 부모님이 당분간 키워주고 계신다) 대출금을 5년 안에 갚는 것이다. 대출금을 무리해서 많이 받아 인기 지역의 집을 사면 미래에 가치가 더 올라 투자수익이 더 커질 수도 있겠지만, 내 깜냥에 맞는 집을 구입하려 한다. 가끔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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