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령
해당 인터뷰는 2025년 4월에 진행됐습니다.
Interviewee: 이하령
Interviewer: 전유진
Editor: 이수현
이 글을 정리하며 나는 '이 일'을 즐기고 있는지 생각했어요.
여러분은 각자의 '일'을 즐기시나요?
사실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될지도 몰라요.
그럼,,, 뭐라고 생각해야하나?
그건 이 인터뷰를 음미하시며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배우 이하령 님을 소개합니다.
하: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절대 개성파 미친 배우 이하령입니다.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전: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하: 초등학교 때 무엇을 보고 또는 극장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기보다는 연극 놀이를 좋아했어요. 예를 들면 머플러를 딱 둘러매고 중절모를 쓰면 야인시대 김두환이 되고 권총 한 자루를 가지면은 경찰 특공대가 되고. 나중에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 알게 됐어요. 연기의 시초라는 게 그런 역할 놀이에서 파생된다라는 것을. 김두환이 또는 경찰 특공대원이, 어떤 100만 대군을 이끄는 장군이, 영웅 놀이를 좋아했던 거죠. 그러면서부터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된 게 아닌가 싶은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전: 연극 놀이! 지금까지 좋아하시나요?
하: 지금까지 연기를 하고 있는 이유는 저의 삶의 어떤 신조가 있어요. ‘해야 돼서 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살자.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해야 돼서 하는 일, 즉 하기 싫은 일도 더 많이 해야 된다.’ 이게 저의 삶의 모토이자 신조인데 그런 것 같아요. 계속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까 또 하기 싫은 일도 계속하고 있고.
저는 N잡러인데 다양한 것을 구분 짓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고, 열심히 연기도 하고 있고, 열심히 영화도 찍고 있고, 연극하고 있고, 이게 좋아서 제가 사랑하고 있어서. 그런데 연기는 저를 사랑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연기도 저를 사랑하고 있고 저도 연기를 사랑하고 있으면 연기가 막 늘 텐데 늘지가 않아요. 저 혼자 짝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짝사랑하고 있다 보니까 그런 점에서는 이 연기라는 예술 분야에 너무 서운해요. 제가 제 스스로. 그 연기라는 친구에게 많이 섭섭해하고 있고, 좀 많이 늘고 싶은데 펌핑도 하고 싶은데. 그래서 그런 경지에 도달하게 되는 순간까지는 연기의 신, 이런 단어가 있나 싶어요. 근데 또 그런 타이틀을 쟁취하기 위해서 이렇게 또 촬영 스태프 여러분들과 자리를 나누게 되는 게 아닌가 싶죠.
전: 본인과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은 연기 장르는 어떤 장르라고 생각하세요?
하: 사실은 무한대로 가능해요. 구분 짓지 않아요. 싫어하는 장르, 좋아하는 장르, 못하는 장르, 특별히 ‘나 이거야’ 하는 장르도 없어요. 구분 짓지 않고 무한대로 다 가능하죠.
하지만 굳이 궁금하시다면 저는 우민호 감독님의 <하얼빈>, <남산의 부장들> 이런 작품을 좋아해요. 뭐 느와르, 코믹, 액션, 일상까지 포함되어 있는 극들인데 아무래도 수염이 이렇게 나기도 하고 목소리 톤 앤 매너가 개화기 시대 또는 근현대사 이런 작품에 어울리기도 하고. 가장 제가 저를 잘 알아요. 그렇기 때문에 아까 말씀드린 작품들을 말씀드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전: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연기 장르는?
하: 도전해 보고 싶은 연기 장르는 있죠. 좀 창피하기는 한데 저는 좀 한계를 줬어요. 스스로에게 이렇게 생겼으니까 이런 연기만 할 거야, 이런 연기만 해야겠어, 해야겠다.라고 마침표를 찍었는데 박보검 배우님, 믿지 못하시겠지만 제가 박보검 배우님이랑 동갑이에요. 저랑 동갑인 배우들이 많아요. 아이유, 박보검, 유승호, 믿지 못하시겠지만 실화입니다. 그런 배우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멜로 연기도 해보고 싶고 로맨스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그런 게 저를 계속 달구는 것 같아요. 멜로와 로맨스 연기에 한번 접근을 해보는 것이 제 오랜 버킷 리스트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 작품을 꼭 만나고 싶기도 하고요.
전: 종사하는 분야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생기는 것만큼 의지가 굳어지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전: 존경하는 배우나 연기에 대한 영향을 많이 받은 인물이 따로 있으세요?
하: 저는 이게 뻔한 대답일 것 같아서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이순재 선생님이 사실 제 연기에 있어서 가장 큰 제 삶의 거울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어요. 이순재 선생님 보시면 꾸준히 그리고 천천히 열심히 하시잖아요. 그렇게 하시다 보니까 잘, 연속적으로 이어가시는 건데. 책을 본 적이 있어요. 이순재 선생님이 쓰신 책이에요. <나는 왜 아직도 연기하는가>라는 책인데 제가 대학 들어가기 전에, 제가 대학을 좀 늦게 들어갔어요. 학교를 4수 했는데 3수 땐가 재수 때 읽은 책이에요. 그 책에 이렇게 쓰여 있더라고요. ‘오래오래 롱런하는 배우가 되자 그리고 오래오래 그 꿈을 실현시키는 배우가 되자’ 그리고 그 단락에 00(땡땡)하고 마침표 이렇게 써져 잇는데 그 괄호 안에 들어가는 문장이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연기를 하자’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그런데 그분은 이미 할아버지시잖아요. 근데 하단에 자기는 아직도 젊다. 할아버지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
저희 부모님도 그러시거든요. '나 늙어 보이니?'라고 하시거든요. 근데 제가 거기다 대고 '늙어 보이세요. 늙어 보이네 어무니 아부지?'라고 하면 서운해하시거든요.
그런 것 같아요, 아직은 청춘을 그리워하는 어른들이 이 세상에 많이 계시잖아요. 저도 그런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할아버지가 되면서도, 될 때까지, 되었지만 연기하고 싶어요. 청춘이라는 초심을 가지고!
전: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있으신가요?
하: 좋아하는 영화, 드라마... <하얼빈>, <남산의 부장들> 아까 말씀드렸지만. 제가 대사를 하나, 연기를 하는 건 아니고 대사를 하나 읽고 싶어요.
<하얼빈>에서 박정민 배우님이 맡으신 우덕순 선생님의 대사인데,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불을 들고 계속 전진할 것이다. 걸어갈 것이다.”라는 대사고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이희준 배우님이 맡으신 곽상천 경호실장 대사인데 “야 우리 돈까스 맛 좀 한번 보러 가자 하하하” 뭐 이런 대사, 네 그렇습니다.
전: 그러면 연기 외에 따로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가 있으실까요?
하: 연기 외에 따로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는 이것도 제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인데 에세이를 하나 낼 거예요. 열심히 쓰고 있어요. 많이 썼어요. 올해 안에는 꼭 내고 싶어요. 올해 안에는 꼭 내서 제가 여기 있는 배우님들, 스태프분들에게 한 권씩 따뜻하게 드리겠습니다.
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하: 기대하십시오!
전: 계획하고 있는 미래나, 앞으로 바라는 미래가 있을까요?
하: 제가 연기자이지만, 배우지만 또 연기만 안 해요. 영화도 참여하고 영화도 찍고 그리고 여러 영화제에 출품도 하고 있는데 그런 일들이 또 프로듀서의 일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배우로서만 종사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양하게 그냥 연극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이 예술 계열에 내가 조금이라도 더 이 예술에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으면 계속 종사하고 싶어요. 그래서 영화제 가서 상도 받아보고 싶고, 한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욕도 먹어보고 싶고, 그렇게 해서 아 올해 안에는 공사 지었다. 마음도 훌훌 털어 버리고 싶기도 하고. 계속 이곳에 남고 싶어요.
저희 어머니가 그러시더라고요. 야 너는 연기해서 눈에 뵈는 게 없구나 그런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한번 빠지면 못 헤어 나와요. 그래서 계속 짝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연기라는 일에, 영화라는 일에, 공연예술이라는 일에, 영상예술이라는 일에, 계속 남고 싶어요. 계속 짓고 싶어요. 계속 헤엄치고 싶고 그러고 싶습니다.
전: 연기를 짝사랑이라고 표현을 하시는데 그럼 연기를 할 때 혹시 본인만의 그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서 하시는 루틴이 있을까요?
하: 어 있죠. 향수를 뿌려요. 오늘도 뿌리고 왔어요. 제가 어느 책에서 읽은 거거든요? 미국의 할리우드 배우가 실제로는 가난하게 자라셨대요. 그런데 배역은 엄청 부자 역할이에요. 그래서 본인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 그리고 또는 본인의 냄새를 끌어오기 위해서라도 그 배역이 쓸만한 향수를 그 촬영장 곳곳에 다 뿌렸대요. 그 배역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그 배역을 기억하기 위해서. 그래서 제가 아 이거 한번 써보자 이 루틴을.
사실 인물 분석, 전체 목적, 비트, 유닛을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어떻게 나눌 것인가 중요하죠. 중요한데 제가 머리가 나빠서 그렇게 열심히 분석해도 무대 위에 올라가거나 카메라 앞에 서면 그 수많은 분석들을 못 가지고 가더라고요. 배우들이 다 그런 건 아닌데 저는 약간 좀. 그러다 보니까 향수를 뿌리자, 이거를 도입을 해보자. 향수를 뿌려서 그 배역에 더 가까워지고 배역이 되기 위해서 더 노력하는 거죠. 그 배역을 체화하고, 온몸으로 기억하고, 온몸으로 변화시키고 싶어서 오늘도 뿌리고 왔어요. 오늘은 레몬 향수를 뿌리고 왔습니다.
전: 레몬 향수. 오늘은 어떤 분위기와 기억을 남기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오늘 촬영을 위해 연기도 하시고 인터뷰도 하셨는데 간단하게 촬영 소감 한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하: 저는 공간, 분위기, 기분 절대로 한계를 짓지 않습니다. 연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그런 상황이 주어진다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런 좋은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고 독백 연기든 어떤 연기든 인터뷰 영상이든 나오게 되면 제가 그걸 모니터링을 하잖아요. 많이 보고 배우고 다른 곳에 가서도 그 보고 배운 것을 보완하고 수정을 하겠죠. 헛되이 남지 않도록 더 열심히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전: 이 자리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리고, 본인의 연기를 색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으로 표현하고 싶으신지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하: 그래서 입고 왔어요. 파란색. 왜냐면 파란색을 보면 흥분해요 제가. 거대한 광활한 바다, 거대한 대지, 땅, 울림 그런 것들이 저를 흥분하게 해요. 더 더 큰 배우가 되고 싶고, 더 큰 아티스트가 되고 싶고. 파란색은 저를 흥분케 합니다. 그래서 파란색을 입고 왔습니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호수 같지만, 연기 앞에서는 부딪히면 휘청이는 파도처럼 어떠한 위엄과 무게가 느껴지는 이하령 배우님을 담게 되어 영광입니다.
*해당 콘텐츠는 아른 사이와 선을 넘어보다의 협업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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