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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Feb 03. 2020

어린아이의 돈, 엄마의 돈

불안을 해결해주는 것



사야 할 게 있어서



어릴 적 돈은 나를 불안하게 하고 내가 살아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것 중 하나였다.

왜곡되었을지 모르지만 내 기억은 이렇다.

부모님은 쉬는 날이면 시골을 향했다.
타지에 혼자 계시는 할머니를 챙기고 친인척들이 먹을 농사를 지으며 주변의 일을 돕기 위함이었다.

그럴 때면 난 필요할 때 쓰라고 두고 가신 비상금에 손을 댔다.


싱크대 옆 서랍장을 열면 항상 부모님은 비상금으로 돈을 넣어두고 가셨다.
말 그대로 필요할 때 쓰라고 둔 비상금이었다.

당시 내 용돈은 200원, 300원 많을 땐 5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침에 제티를 사 먹고, 하굣길에 아이스크림을 사서 친구랑 나눠먹고, 돈을 모아 장난감을 사곤 했던 돈이었다.)

처음에는 그 돈으로 아껴서 사 먹던 맛있는 걸 덥석 사 먹었고, 조금씩 커갈수록 친구들과 재밌게 놀기 위해 혹은 친구들과 함께 놀기 위한 장난감을 사기 위해 돈을 썼다.

당시 생각해보면 가족에 대한 즐거움보다 친구들과 놀면서 친구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같이 어울리는 즐거움이 컸던 거 같다.

때문에 난 남들이 하는 것들은 모두 따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게 필요한 돈은 즐기기 위해 턱없이 부족했고, 싱크대 옆 서랍장에서 항상 어머니의 비상금이 담긴 지갑을 넣어두던 안방 서랍장으로 배포를 키웠다.

가끔 싱크대의 비상금이 부족할 때면, 혹은 내가 더 재밌게 놀기 위한 돈이 부족할 때면 거기서 돈을 꺼내 썼다.

부모님은 모두 알고 계셨겠지만, 모르는척해주셨던 거 같다.


그러다 그 금액이 커지고 자주 일어나게 되자 결국 일이 터졌다.

“경찰서 가자!”


어머니는 나를 엄히 혼내셨고,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머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내가 마지막으로 손댄 어머니의 비상금이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어림에도 불구하고 내가 쓰기 위한 돈을 버는 방법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부모님 몰래 낯선 아저씨들이 시키는 소일거리로 용돈을 벌고, 게임을 하며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벌기도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돈은 어린 내가 가진 돈에 대한 불안을 조금은 잠재워줄 수 있는 수단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내가 어릴 적 가진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아니 매우 크게 버틸 수 있도록 해 준 수단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못된 호기심, 단순히 어릴 때 하는 호기심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내겐 외로움이 주는 큰 불안을 해결해 주는 것이 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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