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오후 4시의 나른한 호수 위에 ‘툭’ 나뭇잎이 떨어지면 잔잔하던 수면(水面)은 뜻밖의 일에 일렁이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지? 그들은 이 불편한 울렁임을 가라앉히기 위해 웅성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물의 파동은 이내 멈출 것이고 물(水)들은 곧 이 일을 잊고 고요해질 것이다. 물(水)을 동요케 한 나뭇잎 사건은 누가 벌인 일인가? 호수의 정령을 희롱하기 위한 어떤 짓궂은 신의 소행일까? 아니다. 나뭇잎은 그저 중력의 힘을 견디지 못해 어떤 시간에 우연히 떨어졌고 그곳이 마침 호수의 수면(水面)이었던 것이다. ‘우연’은, 뜻밖의 일들은, 삶을 진동하게 하는 힘이 있다. 사랑에 빠지는 것, 여행을 떠나는 것, 계획하지 않았던 일을 충동적으로 벌이는 것, 삶의 변곡점은 모두 그런 순간에 만들어진다. 신이 존재한다면 그의 이름은 ‘우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