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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거나 Jun 13. 2021

아침에 일어나기

학교 가는 날에는 아침부터 해야 할 일이 있다. 아침이 되자마자 바로 해야 할 일이다. 딱 몇 초 세수하는 것보다 이 일이 더 오래 걸릴 것 같다. 일을 하는데 그다지 많이 걸리지도 않지만 제일 어려운 일. 바로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다. 일요일 밤마다 항상 이모가 말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너희 내일 학교 가는데 일찍 안 자도 되나?” 이것이다. (나는 외동딸이지만 엄마가 초등학교 선생님이라 이모가 ‘너희’라고 한다) 나는 그럴 때 “아 이것만 보고 잘 거야”라고 말하고 tv로 구해줘 홈즈를 본다. 그렇지만 어른들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모는 일찍 안 자도 되나 라고 물어봤지만 이 말속에는 ‘내일 학교 가는데 좀 일찍 좀 자라’라는 말이 담겨 있다. 나는 이것 좀 보고 잔다고 하며 이모의 말에 따르지 않았으니, 떡 대신 비극이 생길 것이다. 이것은 곧 다음날 아침의 기상 전쟁 시작의 이유이다.

이모가 “ㅇㅇ아, 일어나”라고 부드럽게 말한다 나는 “아, 엄마 나 좀만 더 잘게”라고 말한다. 엄마는 나에게 “그래, 좀 더 자.”라고 말한다. 이제는 이모가 엄마에게 “야! 안 되지! 30분에 학교 가는데, 지금 안 일어나면 늦!”라고 말하고 전보다 조금 더 커진 목소리로 “ㅇㅇ아, 일어나!”라고 말한다. 나는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대답을 한다 “으아아아악!” 그렇게 이모는 “ㅇㅇ아, 일어나”를, 나는 “으아아악!”을 계속 반복하다가 이모는 앞에 “쟤 왜 저러노”를 붙여서 “ㅇㅇ아, 일어나!”라고 한다. 나는 “으아아아아아악!”하며 전보다 더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누운 상태로 발로 이불을 찬다. 나는 결국 일어나지만, 이 싸움의 승자는 이모라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꼭 이모가 일어나라고 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지금 안 일어나면 학교 지각을 할 것 같아서 일어난 것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겼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내가 일어난 것에 이모가 계속 일어나라고 말한 것의 영향이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전쟁의 결말은 무승부다.


그랬던 몇 달 전과 다르게 요즘은 일어나라고 하면 전날 늦게 자도 금방 벌떡 일어나는데 잠이 완전히 깼다고 볼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일어나고 세수를 하러 이동할 때 눈을 번쩍 뜨고 상쾌한 표정으로 이동하지 않고 눈은 계속 잠잘 때 상태 그대로 감고 몸만 화장실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때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이 그냥 까맣게 보인다. 나는 그때 정말 아무것도 눈으로 보지 않고 오직 몸으로만 이동한다. 그래도 부딪히거나 넘어지는 일 없이 무사히 화장실까지 도착할 수 있다. 잠이 덜 깬 만큼 세수를 하는 데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 나는 세수를 할 때 두 손을 모아 모은 두 손안에 물을 가득 담아서 얼굴에 담은 물을 옮겨 물을 묻힌다. 그렇게 몇 번 정도 세수를 하다 보면 어느새 잠이 깬다. 얼굴도 세수 전, 막 일어났을 때 얼굴보다 더 나아져 있다. 이 세수 후 모습이 바로 학교에서의 내 모습과 그날 잠들 때까지의 내 모습이다. 예전보다 더 아침에 일어나기가 쉬워졌기는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기는 여전히 어렵다. 이제 학교 갈 시간이 몇 분 더 다가왔다.


아침 일기가 계속 옷 입기, 세수하기길래 또 아침이냐고 핀잔을 줬더니 생각보다 글이 너무 재미있다. 리코더 부는 장면을 그림으로 그린 것도 재미있고, 너 꽤 유쾌하구나.

이제 리코더 실력이 좀 는 것 같은데 아직도 도 소리는 내지 못하더군. 연습하라고 해도 안 하고 그래도 학교에서는 범생이 연기하면서 잘 다니고 있네.

수필 지도 선생님도 얘는 또 아침 썼네 하실 듯 하구나.  상 받은 애들 글 보니  우린 상 타긴 힘들듯해. 우린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자. 상은 못 탈 것 같지만 네 글과 그림으로 한참을 웃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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