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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거나 May 30. 2021

아침

상쾌한 아침에 또 싸웠구먼

 평일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금요일, 평일 마지막 날인 것을 나도 알기에, 오늘은 다른 요일보다 더 일찍 눈이 떠졌다. 일어나 보니 엄마는 방구석에 있는 화장실 겸 드레스 룸에서 화장을 하는 중이었다. 나는 다시 잠이 오지 않아서 내 옆에 강아지 인형 몽실이와 같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뒹굴뒹굴 굴러다녔다. 그러다 아침의 시작을 알리는 나를 깨우는 이모 소리에 번쩍 일어났다. 평소 평일 아침에 아침잠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으니, 아침에 일찍 일어난 것만으로 전쟁 없는 아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 같다. 막 일어나 세수도 빗질도 꾸미지도 않은 채로 화장실 거울을 보니 눈가에 눈곱이 잔뜩 껴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눈곱은 어제보다 껴있는 수가 늘었지만 헤어 스타일은 어제의 그 머리카락 가닥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장미 가시 헤어보다 더 나은 모양이었다. 예전에는 세수를 그냥 잠 올 때 깨는 용도로만 해왔는데 오늘은 물 묻은 손가락을 눈가에 가져다 대서 옆으로 옮겼다가 쓱 내리며 눈곱 빼는 데도 좀 신경을 쓰며 세수를 했다. 하지만 눈곱이 없어졌는지 확인은 안 해 보았다. 이럴 거면 눈곱 신경 안 쓰고 그냥 막 얼굴에 물벼락 치듯 했어도 됐을 것 같다.
 다음은 옷 입기다. 어제 미리 오늘 학교에 입고 갈 옷을 확인해 보니 오늘이 이번 주 학교 의상 코디 최대 위기였다. 평소 입던 같은 디자인의 바지와 날씨에 맞는 예쁘고 괜찮은 디자인의 셔츠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 무슨 색 바지를 입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분홍색 카키색 바지는 너무 학교에 입고 가기가 싫은 옷인데 뭘 입고 가지? 엄마는 치마를 입고 가라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 옷은 학교 갈 때 입는 게 아니라 가족끼리 나들이나 여행을 갈 때 입는 거라며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나는 애들이 그나마 좀 더 많이 입고 오는 카키색 바지를 골라 입었다. 그 위에는 위에 입을 게 없는 마당에 기적적으로 발견된 8살 때 자주 입었던 분홍 옷을 입었다. 제법 편하고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코디가 된 것 같다. 학교 다니면 항상 애들 입는 옷 디자인에만 맞춰 입는 것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이런 것이 일상이다.
 다음은 아침 식사를 할 시간이다. 우리 집은 학교 가는 날 아침에는 밥과 반찬 국 등을 차려 푸짐하게 먹지 않고 빵이나 과일로 식사를 한다. 오늘은 와플과 체리가 메뉴다. 아침을 먹다 엄마가 마스크를 쓴 것을 보고 엄마에게 “벌써 가?”라고 물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8시 15분이었다. 평소 같으면 양치를 막 마치고 학교 가기 전 핸드폰을 하고 있을 시간이다. 그런데 그 시간에 아침도 다 못 먹다니! 평소 학교 출발 시간은 8시 30분. 벌써 15분밖에 안 남았다. 나는 앞으로 양치도 하고 가방도 검사하고 스마트폰 알림 무음 확인하고 마스크 쓰고 등등.. 할 일이 많은데 그 모든 일의 전 단계인 아침 식사를 아직도 마치지 못하면 어떡하라는 말인가! 나는 지각하지 않고 충분히 이를 깨끗이 하고 모든 준비를 완벽히 마치려고 엄마에게 아침을 남긴다고 말했지만 엄마는 늦지 않았으니 다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나는 아침을 빨리 먹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빨리 아침을 먹고 학교 갈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가는데 이모가 아직 늦지도 않았는데 찡찡거린다면서 화 내서 화가 폭발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화해도 못 하고 학교에 가서 4시간을 버티다 와야 한다는 사실이 속상했다. 나는 울며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6층에서 멈췄다. 그리고 오빠가 탔다. 지금 울어서 얼굴도 엉망인데 그 상태로 6층 오빠와 마주치니 기분이 그렇게 안 좋을 수가 없었다. 이 상황에 짜증이 나지 않는 사람은 기네스북에 진출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등교를 하며 생각했다. ‘오늘 나보다 기분 안 좋은 사람이 있을까? 만약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오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싶었다.
 하교 후 다행히 이모와는 화해했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그 6층 오빠와 마주치는 날은 최악의 날로 인식될 것이다.


이렇게 울고 심통을 부리고 갔을 줄은 몰랐구나. 우리 집에서 네 학교까지는 엘리베이터만 잘 잡고 뛰어가면 5분 안으로 갈 거리인데 또 이모한테 늦는다고 성질을 부린 것 같군. 수필 선생이 문단 나누기 해보라고 해서 전보다 잘 나눠서 썼구나. 풍성해 보여도 속으면 안 된다에서 좀 웃기다. 좀 다양하게 입고 가라. 입는 것만 입겠다고 고집부리지 말고 ㅠㅠ


사진출처: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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