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어느 날, 학교에서 급식 시간이 왔다. 그날은 손을 다 씻고 먼저 오는 순서대로 급식 먹으러 가는 줄을 서는 날이었다. 급식 시간까지 10초 전이다. “자, 이제 밥 먹을 시간이니까 손 닦고 줄 서세요.” 그러자 반 애들 모두가 손 씻는 곳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그리고는 빠른 속도로 손을 씻고 교실로 돌아와 줄을 섰다. 나는 선착순 1번 쟁탈전에 참여한 선수가 아니었지만, 급식 꼴등이 되면 급식 꼴등이 된 것을 싫어했다. 모두가 선착순 1번을 원하며 모두 우르르 달려가니 나는 교실 밖으로 나가다 누구와 부딪힐 것 같았다. 손을 씻으러 나가는 길이 복잡했다.
이 양보하나 없는 쟁탈전에서 당당히 급식 1위 자리를 차지하려면 매우 빨라야 한다. 단 몇 초라도 느려서는 급식 1위, 아니 2위도 될 수 없다. 이런 치열한 쟁탈전에서 여유로운 나는 늘 급식 꼴등이 될 위기에 놓여있는데, 이제 나 같은 여자애들 중에는 급식 1위를 포기하고 손 씻는 시간 동안 친구와의 수다를 택한 애들이 많이 보여서 내가 꼴등보다는 몇 등 먼저가 될 수 있다. ‘흐흐, 나는 급식 중간 등이지’ 난 항상 이렇게 생각하지만, 사실은 내 훨씬 앞에 애부터가 중간 등이고 나는 중간 등 단계를 훨씬 넘어간 급식 꼴등 팀이다. 그러나 몇 개월 전부터 줄이 선착순이 아닌 번호순대로 한 명씩 앞에 서는 것으로 바뀌어서 이제 이런 것은 사라지려나 했는데, 요즘도 선착순이 있어서 이제는 애들 모두가 ‘2위가 최고 등수야’라는 생각을 품고 2위가 되기만을 빈다. 나는 아직도 여전하게 여유롭지만, 2위가 되기를 원하는 애는 아직도 많다. 여전한 나지만, 나는 전보다 더 꼴등에 와 있다. ‘줄 서기 규칙이 바뀌면 전보다 일찍 먹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하지만 요즘은 빠른 달리기로 1번이 되어도 다른 반 줄과 섞이게 돼서 급식을 일찍 먹을 수 없다. 그야 나보다는 훨씬 일찍 먹겠지만 말이다. ‘나도 언젠가 1번 될 거야. 항상 꼴찌였던 나지만, 꼴등도 1번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날도, 1등의 자리를 원하는 아이들의 양보 하나 없는 급식 경주가 시작되었다.
어미는 쓸 글이 고갈되었는데 내 딸은 키보드로 글을 쓰는 재미에 빠졌다. 독수리 타법도 제법 늘었다. 엄마 닮아 포기가 빠르다. 선착순에서 급식 1등은 내 딸은 절대로 못할 것 같다. ㅎㅎ 나도 금요일은 급식을 선착순으로 했는데 서로 내가 앞이라고 싸워서 주마다 남자 여자 바꿔서 먹기로 했다. 선착순이 없는 우리 반에서 칭찬도장을 모아서 쿠폰을 뽑을 때 제일 인기 많은 쿠폰은 원하는 친구와 급식 2일 선착순으로 먹기이다. 급식 경주에서 꼴등 하는 딸에게 급식 1일 쿠폰을 주고 싶지만 너는 우리 학교 학생이 아니니 그냥 꼴등 줄에서 맛있게 먹고 와!
꼴등 줄에서 꼴등으로 국물 빼고 골고루 다 먹고 오는 꿋꿋한 딸내미, 학교 가기 싫어도 조금만 참거라. 곧 방학이다! 20일 기다리면 ㅎㅎ
수필쓰는 10세
미술 학원에서 우리집 몽실이와 나나를 생각하며 직접 그렸다는데 너 꽤 잘 그리는구나. 웹툰 효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