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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거나 Jun 27. 2022

제가 고른 이 사진에 대해 말씀드려 볼게요.

오랜만에 글쓰기 모임을 대면으로 했다. 차를 끌고 9분 만에 갈 수 있는 거리라 더 기분이 가뿐했다. 오늘은 각자 문장을 한 문장씩 쓰고 뽑기를 하기로 했다.

나는 이 문장 중에서 내가 뽑은 문장은

"제가 고른 이 사진에 대해 말씀드려 볼게요"였다.

 나는 사진첩을 뒤적였다.  7년을 쓰고 있는 내 핸드폰에는 7년의 세월만큼 사진 양이 방대했다. 뭘 고를까 한참을 망설인 다음 나는 이 사진을 골랐다.

2020.5월 30일 이 사진을 찍은 지 벌써 2년이 흘렀다. 이 사진은 엄마가 입원한 병원 앞에서 찍은 것이다. 엄마가 화장실에서 쓰러져서 피 출혈이 많아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울먹이며 막내 동생이 야밤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자마자 우린 급히 차 시동을 걸었다. 출발하고 얼 지나지 않아 수술실로 들어간다는 전화가 왔다.

청주에서 마산까지의 거리는 세 시간 남짓, 나는 평소에도 거리가 너무 멀어서  우리 부모님이 대구 정도만 사셔도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날은 세 시간이 아니라 지구에서  우주로 가는 거리만큼 멀게 느껴졌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차 안은 남편의 침묵과 우리 셋의 흐느낌 소리만 가득했다. 먼 거리를 달린 끝에 병원에 도착했다. 쉬운 수술이 아니라 쉬이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남편이 자신이 지키고 있을 테니 아빠와 나 우리 딸은 집에 가보라 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나이 든 아빠도 어린 내 딸 병원에서 밤을 새우긴 힘들 것 같 집으로 향했다.

다음 날 아침, 수술은 잘 되었다는 전화가 왔다.  코로나 시국이라 중환자실 면회도 15분 동안 보호자 한 명만 할 수 있었다. 수술은 잘 되었다는데 중환자실에서 만난 엄마는 매우 낯설었다. 수술 때문에 엄마의 머리카락은 빠져 있었고 손은 앙상했다. 엄마가 영원히 나를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나는 불안하고 슬펐다. 평소에 믿지 않던 온갖 신들을 다 찾았다.

"엄마의 의식이 돌아오게 해 주세요!"라고 빌고 빌었다. 다행히 신실한 가톨릭 신자이신 엄마를 신께서 가히 여기셨는지 우리 엄마는 날이 갈수록 빠르 몸이 좋아졌다. 의사 선생님도 보기 드물게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하셨다. 다행히 엄마는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살고 계신다.

 이 문장을 받고 나는 수많은 사진 중에서 이 사진들을 골랐다. 병원 안에 온 식구가 들어갈 수 없어 병원 앞에서 가족들이 모여 사진을 찍었다. 엄마의 입원 복만 아니면 병원 앞인 줄도 모르게 모두들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엄마의 건강히 빠르게 회복되어 모두들 기뻐했다. 그때 내가 했던 다짐들이 떠오른다. 그때의 나는 엄마가 다시 돌아옴에 감사했다. 이제부터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자주 하는 살가운 딸이 되어야지 하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고 이기적인 둥물이 분명하다. 지금 내가 엄마에게 하고 있는 행동을 보면 2년 전 다짐했던 나는 사라진 것 같다.

여전히 내가 엄마에게 전화하는 횟수보다 엄마가 내게 전화하는 횟수가 많다. 게다가 얼마 전에 정치적인 문제로 엄마와 심하게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추앙: 높받들어 우러러보다.

'나의 해방 일지'에서 염미정이 구씨에게 나를 추앙하라고 했던 추앙 사전적 의미

나는 나를 낳아줘서 이 세상을 살게 해 준 우리 엄마에게 내가 보여준 사랑 양은 고작 1 티스푼 것 같다. 글을 쓰며 엄마에게 했던 행동들을 반성한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야겠다. 사랑한다고 말하긴 부끄러우니 내가 엄마를 사랑한다고 그녀를 추앙한다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겠다.

추앙하는 나의 복재 씨!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머물러 주세요.^^

 

이상 내가 어제 글 모임에서 쓴 글이다. 글쓰기 모임에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내 글이 제일 형편없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의 문장은 항상 멋졌다. 나는 또 이렇게 가다듬지 못한 문장을 배설하고 작가님들께 나 여기 있다고 불쑥 인사를 내민다.


P.S. 작가님들 안녕하세요? 방치하다시피 한 브런치에 작가님들이 제 안부를 물어주셔서 너무 죄송하고 감사했습니다. 지나간 제 글이 메인에 걸렸는지 조회수가 높을 때도 있어 놀라기도 했습니다. 드문드문 작가님들 글을 읽고, 수업을 준비하고 인문학 강의도 대면이나 줌으로  들었습니다. 횡단보도만 건너면 도서관이 있어 욕심을 한껏 부리며 책을 잔뜩 빌려서 기고 끝내 읽지 못한 채 다수의 책을 고스란히 반납하기 했습니다.  독서모임도 하고 글쓰기 모임도 하고 그렇게 살아갔습니다. 그런데 대선 후유증이 너무 커서인지 모든 일상은 그대로인데 자세히 나를 들여다보면 거친 사포와 같습니다. 굳이 안 봐도 될 기사를 본 뒤 화를 불끈 내는 일이 잦아졌네요. 마조히스트 성향이 있는지 이러는 제 자신을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찾아주신 작가님들께 감사하고 못 들러서 죄송했습니다. 사포 같은 마음이 조금 반들반들해지길 바라면서 자주 찾아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두들 잘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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