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너의 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무거나 Mar 24. 2021

어머니는 네 카톡이 싫다고 하셨지

10세의 경험담

엄마, 이거 브런치에 올릴 때 맨 처음에 '비위가 약하신 분은 첫 번째 이야기 읽기는 가급적 삼가해 주십시요.' 라는 문구 쓰는 거 잊지마.


제목:코딱지

어제 폰을 하는데 코안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어 손가락을 콧구멍 안으로 집어넣었어요. 뭔가 잡히는 게 있어서 손가락을 구부려 빼내서 꺼내 봤어요. 길고 가느다란 코딱지가 나와서 부엌 휴지통에 버리고 화장실에서 손을 닦았어요. 비누를 묻히고 물로 헹구다가 수도꼭지에 묻은 비눗물을 닦으려고 손을 뻗어 수도꼭지를 문질렀어요. 그런데 수도꼭지에 왠 길고 가는 노란 벌레가 나온 거예요! 알고 보니 버린 줄 알았던 제 코딱지였죠. 급히 물에 흘려보내고.. 옆에 있는 비누를 집어 들어 급히 손바닥에 문질러 다시 손을 닦았답니다.



제가 2학년 때 자고 일어나니 얼굴이 뭐에 물렸는지 사방팔방 빨간 점 같은 게 생겼죠. 근데 엄마랑 이모가 이거 알레르기나 수두가 아니냐면서 호들갑을 떨어서 결국 고민 끝에 피부과에 가 검진을 받았죠. 그런데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아, 이거 모기에 물린 겁니다." 라시며 전에도 이런 일로 한번 온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제목:그 학원의 멜로디

1학년 때 학원에서 발생한 일이에요. 수요일, 피아노 학원에서 피아노 레슨을 받고 선생님이 연습하라고 말씀하신 만큼 연습을 하고 선생님께 갔죠. 그런데 선생님이 시간이 아직 안 돼서 조금 더 연습하자고 하시더군요. 그때가 학원을 다닌 지 꽤 되었던 때라 이런 일 한두 번이 아니라 연습을 하러 갔죠. 그런데 그 후로도 이런 상황이 몇 번이고 반복되는 거예요! 저는 그날... 15번도 넘게 피아노 연주를 한 것 같습니다.  학원 내에서 같은 멜로디가 몇 번이나 들렸을까요?


제목:뜻밖의 질문

제가 2학년 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수학 시간, 선생님이 문제를 내셔서 다 같이 답을 외쳤죠. 정답 끝에 5가 들어갔어요. 그래서  "435요" 하며 답변을 말했는데 내 뒷자리 남자 애가 "올가 뭐야? ㅋㅋ"라고 해서 황당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니 이모는 발음 좀 고쳐야겠다고 하더군요.


제목: 로또 아닌 현실 예언 꿈

마지막입니다. 어느 날 제가 자다가 개똥 밟는 꿈을 꿔서 태어나 첫 잠을 자다 소리를 질렀어요. 저는 태어나 악몽 같은 걸 아직까지 한 번도 꿔 본 적이 없어서 꿈 때문에 잠자다가 소리 지르거나 하는 일은 없었는데 아무리 그런 나라도 개똥 밟는 꿈은 적응이 안 돼서 결국엔 자다 말고 "으악!" 소리를 질러 버렸어요. 옆에서 자던 이모는 "왜? 무슨 일이야?" 하며 깨고, 엄마는 아무 미동 없이 잘 자더군요. 나는 이모에게 개똥 밟는 꿈을 꿨다 하니 이모가 이거 로또 꿈 아니냐고 해서 아빠는 로또를 사러 간다 하고, 엄마랑 나는 근처 공원에 가서 놀고 있었어요. 근데 그 공원에 강아지가 많아 개똥을 밟을 뻔했죠. 저는 이 꿈이 로또 꿈이 아니라 어쩌면 이 일을 예언하는 꿈이 아니었나 했어요. 우리 가족 로또는 당연히 망했고요 ^^ 그래도 웃음은 잘 전달이 되었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우리 엄마에게 뭘 보내나 싶어 살펴보면 정말 워드로 쳐야 할 수준의 긴 이야기를 보내는 딸, 노트북에 한글로 저장해. 외할머니한테 카톡 테러하지 말고! 아님 태블릿으로 크게 쳐! 해도 말을 듣지 않은 너

10살인데 블로그 계정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게임 중독이 아닌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까? 아날로그의 삶의 좋은 점도 디지털 삶의 좋은 점도 다 겪어본 80년대생 나는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다.

브런치에 맞춤 검사를 해봐도 네 카톡의 정교함은 놀랍구나. 틀린 글자가 엄마보다 더 없구나. 블로그를 만들면 너의 수다 본능을 블로그에다가 풀려나.. 글로 말로 참 할말이 많은 너. 무슨 글을 쓸지 궁금하다.

이런 집요함으로 글을 끝까지 쓰면 애미보다 나을듯
매거진의 이전글 분노의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