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바꾼 첫 번째 계기는 운동이다. 운동 중에서 고통을 이겨내는 운동이다. 마라톤 풀코스, 인천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국토종주를 하며 인생이 바뀌었다. 늘 누워있던 몸과 마음을 일으켰다. 나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살게 했다.
인생의 두 번째 전환점은 책에서 시작됐다. 한 권의 책이 임팩트를 준 건 아니다. 새벽에 책 읽는 행위가 나를 구했다. 회사 보고서 말고는 책을 전혀 읽지 않았다. 집안에 내 책은 한 권도 없었다. 그러던 내가 새벽에 홀로 일어나 책장을 넘긴다. 때론 졸기도 하고 때론 글자만 읽었다. 그래도 그런 내가 멋졌다. 술에 취해 잠들거나 스마트폰을 보다 잠들어 매일 아침이 괴로웠던 나였기에 가능했다. 책 읽는 나에게 반해 계속 읽었다.
행위에 집중하던 독서는 어느 순간 진짜 읽는 독서로 변했다. 여러 장르를 옮겨 다니고 어려운 책까지 읽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한 권, 두 권 사 모으다가 우리 집 책 장의 대부분이 내 책이 차지했다. 책이 평생의 친구가 되고 편한 휴식처가 됐다. 인생을 보는 시각이 조금씩 변화되고 내 생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운동이 나를 적극적으로 살게 했다면 독서는 온전한 나로서 살게 했다.
오르한 파묵의 <하얀 성>에 나오는 문장이다. 책 한 권이 어렵고 복잡한 삶의 큰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편도 마차 승차권으로는 한번 여행이 끝나고 나면 다시는 삶이라는 마차에 오를 수 없다. 그렇지만 만약 당신이 책을 한 권 들고 있다면, 그 책이 아무리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하더라도, 당신은 그 책을 다 읽은 뒤에 언제든지 처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읽음으로써 어려운 부분을 이해하고 그것을 무기로 인생을 이해하게 된다."
살다 보면 어긋나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한다. 그럴 때 책은 더 나은 삶에 대한 지혜를 준다. 언제나 필요하면 찾을 수 있고 무너질 때마다 다시 꺼내볼 수 있다. 삶이 무르익을수록 책도 무르익는다. 삶에 시선이 높아질수록 책을 보는 시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은 삶의 새로운 무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