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았다가 덮쳐오는 무기력으로 인해 '멍-' 하니 빈화면만 보다가 침대로 가는 날이 있다. 뛰려고 나갔다가 몇 분 뛰지도 못하고 걷기만 하다가 들어오는 날이 있다. 넘치던 의욕은 다 어디로 갔는지. 의욕도 쉬는 날이 있고 잠잘 시간은 필요한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모든 걸 받아들인다. 경건하게 목욕을 재개하고 폭신한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무기력이 원하는 대로 했더니 여기가 지상 낙원이다.
의욕 없는 날. 그래도 밖으로 나온 나에게 박수를 보내달라. 나온 것부터 절반은 성공이다. 극한의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내가 집밖으로 나간다는 건 엄청난 용기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그걸 무기력한 상태에서 해낸 것이 얼마나 대단한가. 이런 나와는 달리 공원에는 활동적인 사람들이 많다. 달리는 사람, 축구하는 사람, 철봉 하는 사람, 배드민턴 치는 사람. 저 사람들은 에너지를 어디서 충전하는 걸까? 휴대폰처럼 보조 배터리라도 꼽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에 나의 무선 충전 거치대는 집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해" 얼른 나의 발걸음을 집 방향으로 돌려본다. 왠지 발걸음이 가벼운 기분이 들지만, 오늘은 이불속으로 들어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