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이 같은 코스를 달리는데 지겹지 않으세요?" 회사 동료가 나에게 질문했다. 나도 지겹다고 생각 안 해본 건 아니다. 가장 애용하는 코스를 달리며 마주하는 풍경은 항상 그대로다. 그래서 때로는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고자 다른 길로도 달려본다. 하지만 결국에는 돌고 돌아 항상 달리던 공원으로 돌아온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사계절에 상관없이 공원의 수많은 구성원들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고, 다른 사람들은 다 떠나가도 그들은 나의 곁에서 평생을 함께 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답했다. "그렇죠, 근데 안정감 있어서 좋아요"
사계절이 변하면서 공원도 그에 맞는 옷을 걸친다. 봄에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옷을 입은 공원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나 포함 사람들은 그 꼬임에 넘어가 하나둘 공원에 모여들고 공원에는 활기가 넘치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열기는 여름까지 이어진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여든 각종 생물이 24시간 합창을 시작한다. 낮에는 매미들이, 밤에는 귀뚜라미와 개구리들이 합창을 한다. 여름밤 뛰는 것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매미보다는 귀뚜라미와 개구리 소리가 더 반갑다. 가을이 오면 시끄럽던 공원이 조용해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옷을 벗어던지는 나무와는 달리 사람들의 옷을 두꺼워진다. 달리는 나의 옷도 두꺼워지기에 달리기에 거치적거리는 것이 많아진다. 하지만 겨울보다는 낫다. 겨울은 매서운 바람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다. 모든 것이 죽은 듯한 고요함과 매서운 바람뿐이다. 유일하게 나를 반겨주는 것은 환하게 빛나고 있는 달빛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