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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진 Mar 25. 2024

축구 동호회 아빠를 따라온 딸


'몸풀기'


거친 숨을 몰아치며 달려간다. '습습후후'. 호흡을 가다듬고 코너를 도니 공원 한가운데 있는 축구장이 보인다.  곧 축구 경기라도 하는지 사람들이 한 두 명씩 밴치로 모이고 있다. 그중에는 아빠를 따라온 어린 딸이 보인다. 하얀색 유니폼을 입은 아빠와 골대 앞에서 슛 연습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짧은 다리로 공을 힘껏 차는데 매정한 공은 그저 통통 튀어 굴러갈 뿐이다. 옆에서 아빠는 그저 흐뭇하게 웃으며 공을 주으러 뛰어간다. 딸은 분한지 손을 번쩍 들고 아빠를 향해 방방 뛰며 소리친다. 그런 딸을 보며 아빠는 공을 딸을 향해 굴려주며 골키퍼를 자처한다. 하지만 어린 딸은 공보다는 아빠가 좋나 보다. 공을 제치고 아빠를 향해 달려간다. 아빠는 그런 딸을 들어 올리고 안아 밴치로 걸어간다. 비행기 놀이에 신난 딸은 아빠의 머리를 붙잡고 '깔깔' 웃는다. 이 흐뭇했던 장면을 출산 장려 CF로 만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오늘도 나는 달린다.  







'전반전'


공원을 한 바퀴 돌아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왔다. 형광색 조끼를 입은 팀과 빨간색 조끼를 입은 팀이 경기장 안으로 우르르 들어와 있다. '삐익-' 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된다. 여기저기서 "Hey~", "여기!"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경기가 꽤나 박진감 넘치나 보다. 나는 그 와중에 아까 어린 딸이 어딨는지 궁금했다. 잠시 발검음을 멈춰 경기장을 둘러보다 딸을 발견했다. 주변 아저씨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빨간 플라스틱 벤치에 앉아 과자에 정신이 팔려있다. 양손에 과자 한 개씩 들고 하나는 자기 입속으로 하나는 아저씨에게 권한다. 정말 귀여움 만큼이나 마음도 따뜻한 아이다. 이제 숨도 고르게 돌아왔으니 다시 달리기를 시작해 본다. 

'습습후후' 







'후반전'


급격하게 뛰는 심장을 달래기 위해 천천히 걸어본다. 갑자기 멈추면 역동작에 걸리듯 심장에도 무리가 간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뛰고 난 후에는 어느 정도 걷는 것으로 운동을 마무리한다. 내가 운동을 마무리하듯 한가운데 있는 경기장에서도 경기의 승패를 가리기 위해 후반전을 시작한 모양이다. '삐익' 휘슬소리와 함께 경기장에서 사나이들의 뜨거운 경쟁심이 느껴진다. 하지만 경쟁심이 무안하게 나의 눈길은 작은 손으로 열심히 과자를 먹던 작은 소녀에게 향했다. 그녀는 빨간 벤치 2개를 차지하고 누워 낮잠을 자고 있다. 그런 그녀가 불편할까 후반에 교체되어 나온 아빠가 옆에서 무릎베개를 선사한다. 햇살도 따뜻한 게 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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