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함께한 추억'
플레이스테이션 5로 게임을 해보신 분이 있으신가? 손 끝에서 느껴지는 듀얼쇼크의 진동 뽕맛은 다시는 키보드로 돌아가지 못하게 한다. 말 그대로 플스의 노예로 전락하게 된다.
2021년 플스 대란이 일어났다. 조이스틱의 진동맛에 길들여져 있던 소니의 노예 1호는 플레이스테이션 5 구매 대란 속에서 부단히 애썼다. 소니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사전 예약을 위해 마우스를 광클해 사전예약을 노렸지만, 다른 노예보다 빠르지 못했다.
차선책으로 해외 직구를 노렸다. 하지만 물량이 턱없이 모자랐던 시기였고 직구도 웃돈을 주지 않으면 힘들었다. "하..." 한숨과 동시에 플스를 향한 열망이 타올랐다. "무조건 구하고 만다."
결국 나는 번개장터의 사재기꾼들에게 손을 뻗었다. 원래는 절대 그들의 뱃속을 채워주지 않으려고 했다. 이 대란의 원인이 그들이었으니 나에게는 철천지 원수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니들이 이겼어.." 그리고 그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며 웃돈을 주고 구했다. "고객님~ 축하드립니다. 이 플스 5는 이제 당신의 것입니다."
'고민은 구매만 늦춘다.'이 말을 누가 창안했지 모르겠지만 문장의 달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떻게 저 짧은 문장에 온갖 콜렉터의 감정이 들어있는지.. 나는 영롱한 플레이스테이션 5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포장을 뜯고 설치를 시작했다. 흰색에 잘빠진 S라인의 게임기는 인테리어로도 훌륭했지만, 역시나 패드의 진동은 정말 맛있었다. 게임 속에 캐릭터가 나인듯한 착각조차 들었다. 빨리 여러 게임들을 플스 5와 함께하고 싶었다.
콜렉터의 마음을 아는가? 무언가를 모아본 사람은 채워지는 전시장을 보는 재미를 안다. 그들에게 가벼워지는 지갑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게임을 모았다. 정확히는 세일하는 명작 게임을 사모으는 걸 즐겼다. '블랙프라이데이', '명절 특가', '여름 특별 세일' 때 라이브러리를 채웠다. 그런 라이브러리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만은 풍족했다.
그렇다고 게임을 즐긴 건 아니다. 혼자 있을 때는 게임보다는 한잔 기울이며 영상 보는 걸 즐겼다. 그렇다 보니 친구들이 집으로 놀러 와야만 플스 5는 재기능을 했다. 플스 5는 친구들을 집으로 유혹하는 물건으로 전락했고 유튜브를 고화질로 보기 위한 기계일 뿐이었다.
시간은 흘러 인생을 제대로 살기로 마음을 먹고 제일 먼저 한 일은 플스 5를 판 것이다. 잔뜩 사놓은 게임은 즐기지도 못했고, CD로 구매한 것이 아니라서 되팔기도 힘들었다. 너무 아까웠지만 그저 그날의 교훈으로 남겨놓기로 했다.
'알코올과 함께한 추억'
현대인의 3대 필수 영양소 '알코올', '카페인', '니코틴' 중 2가지를 애정한다. 회사에서는 '카페인'과 함께하고 퇴근 후에는 '알코올'과 함께한다. 이 둘이 없는 인생은 생각할 수 없다. 특히 '알코올'의 세계는 정말 심오하다. 위스키는 각 병마다 고유의 향과 맛이 존재하여 나의 혀와 코를 즐겁게 한다. 소주는 고기의 풍미를 올려주고, 막걸리 속 유산균은 나의 장건강을 책임져준다. 이럴진대 알코올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겠는가?
"크.. 이맛이지.. 이 맛에 돈벌지!" 하면서 막걸리를 들이켠다. 빨간 고춧가루가 묻어있는 새콤한 부추무침을 머리수육에 올려 입속으로 넣는다. 수육의 고소함과 쫀득함이 새콤한 부추와 잘 어우러져 입맛을 돋운다. 나는 그대로 막걸리를 다시 입속으로 넣어 남은 기름기를 씻어낸다. "캬.. 끝도 없이 들어가겠는데?"
다음날 아침,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회사로 출근한다. 어제 수육이 너무 맛있어서 인지 막걸리를 3병이나 비워버렸다. "내가 다시 술을 마시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생각해 보지만 며칠 뒤 똑같이 한잔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