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iadne Sep 12. 2021

신조어 '벼락거지'의 등장

신조어는 일종의 프레임(Frame)

벼락거지 신조어의 등장과 확산

부동산 관련 최근 기사를 읽던 중 눈에 띄는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있어 찾아보니 등장한지 채 1달도 지나지 않았다. 다른 유행어들이 그 생명력을 잃거나, 인용된 곳이 너무 방대하여 가늠하기 어려운 것에 비해, 그 시작과 확산에 대해 살펴보기 용이하여 찾아본다.


1) 자조적인 신조어 벼락거지’ 

신조어는 사회변화와 시대상을 반영하는 척도다. 특히 사회가 불안하거나 혼란이 있을 때 많이 생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조기(조기 퇴직)' '명태(명예퇴직)' '황태(황당하게 퇴직)' 등 신조어가 급증했다. 지난 몇 년간은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3포 세대'등의 신조어가 잇따라 나왔다. 2020년 현재는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영끌패닝바잉이생집망부동산 블루벼락거지란 신조어가 회자되고 있다.     


‘벼락거지’는 집값 상승이 낳은 신조어다. 갑자기 큰돈을 번 `벼락부자`와 달리 본인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주택가격이 뛰는 바람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무주택자를 일컫는 말이다.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정부 약속을 믿고 아파트 구입을 미뤘다가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모두 올라 이도 저도 할 수 없게 된 사람들도 포함된다.(나다...)     


상대적 박탈감(相對的剝奪感)이란 다른 대상과 비교하여 권리나 자격 등 당연히 자신에게 있어야 할 어떤 것을 빼앗긴 듯한 느낌. 자신은 실제로 잃은 것이 없지만, 다른 대상이 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을 때, 상대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잃은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2) 신조어의 정치적 활용

언어유희에 그치지 않고 신조어는 일종의 프레임(Frame)으로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벼락거지’라는 단어가 처음 검색 포털에 등장한 것은 2020년 11월 12일 부동산 스터디 카페 ‘OOOOOO’이라는 아이디의 이용자의 게시물에서 부터이다. 4일 뒤 한 온라인 매체인 ‘비지니스 인사이트’에서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이라며, “이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부동산과의 전쟁을 이야기하면서 집을 사지말고 기다리라고 한 말을 믿은 월급쟁이, 맞법이, 빚안지고 사시려는 분만 벼락거지가 되었다.”‘라고 기사화**** 되었다. 


**** 부동산 정책 실패로 대한민국에 벼락거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트, 2020.11.12.(biz.insight.co.kr/news/312428)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서 ‘벼락거지’가 인용된 기사를 모두 검색해본 결과, 총 40건이 보도되었다. ‘거지’라는 부정적 어감대로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한 비판적 논조가 대부분이다. 


11월 12일 등장 후 12.27현재까지 약 1달간 2회 이상 사용한 곳은 전체 보도 중 74%, 3회 이상 중복은 64%, 4회 이상 자주 사용한 매체는 전체 보도의 48%를 점유한다. 주로 보수 경제지가 상위권을 차지한다. 너무 정곡을 찌르는 자극적인 단어라 그런지 진보로 분류되는 매체에서는 인용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미디어 프레이밍의 문제점은 언론이 특정 이슈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편향 보도함으로써 왜곡된 이미지가 형성되어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이다*****.  

***** 미디어 프레이밍 (미디어 정치 경제학, 2013. 2. 25., 최진봉)   


매거진의 이전글 부동산 정책 실패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