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조이스 <무조건 데이터> 연사이자 자란다 대표 장서정 님 인터뷰
모토로라·제일기획 등 대기업에서 12년 간 UX 디자이너로 활약하다
2016년 방문교사 매칭 플랫폼 자란다를 창업한 장서정 님.
한 땀 한 땀 꿰어가듯 데이터를 들여다 보며 자란다를 무서운 속도로 성장시키고 있다고 해요.
"이게 정답이라고 말해주는 데이터는 진짜 하나도 없어요."
그렇다면 데이터는 무엇을 말해줄까요?
인터뷰를 통해 만나 보시죠!
데이터란 '조언자'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데이터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아요. "데이터를 보니까 이건 이거네!"라고 정답을 주는 데이터는 진짜 하나도 없어요.
다만 다음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해 줘요. "이 데이터가 이렇게 나온 이유가 뭘까?"하는 질문이요. "데이터가 이렇게 나오니, 이렇게 하자!"가 아니라 "이 데이터는 무슨 의미지? 찾아 보자!"라는 식으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거죠. 높은 산을 올라갈 때 앞에서 길을 찾아주고, 지점지점에 깃발을 꽂아주는 셰르파처럼요.
대기업에서 일할 때는 자사 데이터보다는 시장의 데이터를 많이 봤어요. 사실 대기업 제품은 UX가 아주 뛰어나지 않더라도 핵심 기술, 제품 스펙, 브랜딩, 마케팅 같은 요소의 힘으로 제품 구매를 압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잖아요.
스타트업은 달라요. 그야말로 '날것'으로 승부해야 하죠. 저는 그 ‘날것’이란 처음에는 서비스 자체, 아이템이다가 시장에 진입하게 되는 시점부터는 UX라고 생각해요. UX 하나하나마다 전환율이 정말 중요하죠. 자란다를 창업한 이후로는 데이터를 한 땀, 한 땀 꿰매듯이 전환율을 들여다 보고 있어요. 문구 하나를 바꿔도 전환율이 달라지니까요.
그래서 스타트업만큼 데이터를 잘 볼 수 있는 곳은 없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자란다를 시작하면서 데이터를 치열하게 들여다 볼 기회가 생겼어요. 한 페이지, 한 페이지의 전환율을 보면서 노련하게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이에요.
UX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지표는 각 퍼널별 전환율이에요. 유산균을 살아서 장까지 보내듯이, 한 번 유입된 유저를 이탈 없이 최종 구매로 보내는 거죠. 그 과정에서 이탈이 가장 크게 일어나는 페이지를 개선해요.
자란다는 단순한 인력 사이트가 아니라, 추천을 통한 매칭 플랫폼이에요. 부모님이 원하는 방문 선생님을 신청하면, 알고리즘이 적합한 선생님을 찾아줘요.
처음에는 부모님이 좋아할 것 같은 선생님을 최대한 많이 모아서 보여주면 전환율이 높아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그 지점이 다른 페이지보다 이탈률이 높더라고요. 깜짝 놀라서 원인을 찾아봤더니, 부모님 입장에서는 마음에 드는 선생님이 너무 많아도 이탈하는 거예요. '이 분도 괜찮고, 이 분도 괜찮고... 다음에 하자' 했던 거죠.
전환율 개선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해봤어요. 순위도 바꿔 보고, 부모님이 좋아할 것 같은 선생님을 감춰 보기도 하고요. 그러자 전환율이 5% 정도 올랐어요. '감'으로 예측했던 기획 의도에 어긋나는 결과를 데이터가 보여줬기 때문에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었어요.
UX 디자이너로서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 지, 제 경험담을 듣고 본인의 업무에 적용하실 수 있어요. 공감 가는 상황이 많으실 거예요. 그 때 자란다는 어떻게 했었는지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특히 어디까지 데이터에 기대하고, 어떤 부분은 인사이트를 밀어 붙여야 하는지 그 경계선을 말씀 드리고 싶어요.
데이터가 모든 것을 보여줄 순 없어요. UX를 열심히 고쳐봤는데 전환율이 하나도 바뀌지 않을 때를 많이 만나게 될 거예요. 그렇지만 유저의 경험은 분명히 바뀌었어요. 유저의 심정적인 변화나 상황이 데이터에 반영되지 않을 뿐이죠.
반대의 경우도 있어요. 자란다에서 선생님으로 지원하신 분들은 오리엔테이션을 받아야 하는데요. 어느 달에 선생님 OT 전환율이 너무 올라간 거예요. '우리가 교육 프로세스를 바꿨나? 안내 페이지를 개선해서 유입이 높아졌나?'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임팩트 있는 변화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OT를 한 번 직접 들어 보라고 했어요. 알고 보니 바뀐 강사님이 너무 재밌는 사람이었더라고요. 현장 경험이 너무 좋아서 전환율이 높아진 거였어요.
이렇듯 데이터는 결과만 알려주지 원인은 전혀 알려주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 데이터가 갖고 있는 사용자의 실제 경험 속으로 다시 깊숙이 들어가야 해요.
▼장서정 님 강연 들으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