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이조이스 Oct 06. 2021

임신했을 뿐인데 세상이 뒤집혔다

영화감독 <십개월의 미래> 남궁선 님 인터뷰 


일도 사랑도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을 때.

세상을 바꿀 수도 있을 것 같을 때.

갑자기 임신을 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나는 그냥 똑같이 난데 갑자기 모두가 그게 이상한 일인 것처럼 화를 내."


스물 아홉 개발자 미래가 갑작스러운 임신을 하게 된 후 

출산하기까지 10개월 동안 벌어지는 소동 그리고 성장을 다룬 

영화 <십개월의 미래>의 감독 남궁선 님을 헤이조이스가 만났습니다. 




Q. ‘임신'이라는 하나의 소재로도 여러 이야기를   있다고 생각하는데요그중에서도 20 후반직장인 여성의 이야기를 선택하시게  동기가 궁금합니다.


극중 미래가 29세죠. 저는 29세가 이제 갓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추고 사회에 나오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자기의 비전도 생기고, 성인으로서의 자율성도 가지게 되었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마음속에 성숙함이 완벽히 자리 잡고 있지 못한 나이이기도 해요. 


또 미래가 직장인이긴 하지만 전통적 의미의 ‘직장인'은 아니잖아요. 커리어에 대한 자신만의 밑그림을 가지고 대기업을 뛰쳐나와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참여한 캐릭터죠.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마음을 갖고 어떻게 보면 도박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상황 속이기에 임신이 줄 충격과 딜레마가 보다 크게 다가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Q. 미래는 29살이지만 임신과 출산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잖아요비단 미래만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언제든 일어날  있는 사건임에도 관련 지식들이 감추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부러 감추어지고 있지는 않았을지언정 드러나 있는 이야기도 아니죠. 페미니즘이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가지기 시작하면서 지금에 와서야 조금씩 이야기되고 있는 주제라고 봐요. 다행이죠. (웃음) 


특히 헤이조이스 멤버분들이나 저처럼 커리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일수록 임신한 여성의 세계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실제로 임신을 경험하게 되었을 때야 ‘이런 세계가 있었구나' 알게 되는 거에요. 한편으로는 임신한 여성의 이미지가 연루되고 싶지 않은 이미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머니가 되는 걸 중시하고 아름답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아닌 분들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이 나이대의 여성들에게 임신이 남 일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들 그렇지 않나요? 답이 없으니 외면하고는 있지만 머릿속에 구름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는 거죠. 



Q. 미래가 개발자로 일하던 회사 대표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자 ‘ 나를 나쁜 놈으로 만드냐'라고 하죠마치 방출의 원인이 미래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어요.


미래를 둘러싼 인물들 중에 나쁜 사람은 없어요. 본인이 특별히 비겁하고 나빠서가 아니라 자기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대사가 튀어나왔다고 봐요. 대표도 미래를 설득하고 설득해서 스타트업에 데려왔거든요. 미래의 역할을 ‘우리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해줄 사람'이라고 본인 나름대로 설정하고 있었겠죠. 때문에 암묵적으로 일에 방해되는 임신이나 출산 같은 주제를 미래가 훨씬 신중하게 다룰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대표 본인 입장에서는 배신감이 들었을 수도 있죠. 우리 회사는 지금 너라는 인재가 너무 필요한데 어떻게 임신을 선택할 수 있어? 이런 마음으로요. 하지만 미래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이런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충격인지는 몰랐겠죠. 



Q. 대표와 미래의 관계에 ‘커리어에 욕심 있는 여성이라면 임신을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사회의 암묵적인 동의가 전제되었다는 거죠.


그렇죠. 여성들은 커리어와 아이 중 하나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 사회의 통념이잖아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남성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맥락을 짚어 나가다 보면 결국 아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엄마에게 전가하는 게 사회의 기본값이기 때문이라고 봐요.



Q. 헤이조이스에도 커리어와 아이 사이에서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사회의 통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커리어와 아이를 둘 다 가져가지 못하는 게 여러분의 잘못은 아니에요. 사회적 기반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죠. 때문에 이 문제는 가족, 파트너와 이야기하면서 역할을 정리해 나감과 동시에 사회 단위로 계속 논의가 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개인으로서는 최대한 죄책감을 덜 갖는 게 좋다고 봐요. 누구에게도 미움 받고 싶지 않고, 잘 해내고 싶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무리할 때도 있겠죠. 하지만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책임을 모두 지키며 살다가는 내 몸과 마음이 부서지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거든요. 조금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더라도, 나를 지키는 방향으로 선택하고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Q. 어떤 관객을 상상하며 <십개월의 미래>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20대, 30대 젊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이미 어른이 된 사람들은 본인이 받은 충격에 익숙해지면서 무뎌진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젊은 사람들에게는 아직 부조리가 잘 보이죠. 충격도 생생하게 느껴지고요. 또 미래의 일이 언제든 내 일상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감각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Q. 헤이조이스 멤버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일단 영화를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고요. (웃음) 글쎄요. 현시대에는 멋지고 매력적인 여성들을 좋아하고 동경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대중문화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을 살펴봐도 다들 터프하고 당당하잖아요. 그들과 부족하면 내가 한없이 부족한 것 같을 때도 있겠죠. 하지만 내가 그 기준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여성의 모습은 정말 다양하고, 그중 무엇도 잘못된 건 없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 지금 영화 <십개월의 미래> 예매권 받으러 가기!

https://www.instagram.com/p/CUrmOITjdvT/




매거진의 이전글 '도시의 계절'을 책임지는 스타벅스의 콘텐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