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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조이스 Jul 06. 2022

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이니까!

구글 본사 인터내셔널 스토리텔링 디렉터 정김경숙 님 인터뷰

정김경숙 님 

- 구글 본사 인터내셔널 스토리텔링 디렉터




Q. 50세가 넘어서 첫 책이 나왔어요. 지금 책을 쓰겠다고 결심하신 이유가 있나요?


50살까지는 살아봐야 인생을 잘 살았는지 못 살았는지 스스로 알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웃음) 그래서 50살이 되기 전까지는 책을 안 쓰겠다고 혼자 다짐했어요.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저는 그랬어요. 출판사에서 출간 제안도 여러 번 받았지만 정중히 거절했죠.


구글 코리아에서 12년간 근무하다 구글 본사로 왔잖아요. 그때가 딱 쉰이었어요. 처음부터 각을 잡고 시작한 것도 아니었어요. 생각을 정리해 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죠.



Q. 자신의 일과 삶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다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거 같아요. 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요?


두 분류의 사람을 생각하며 책을 썼어요. 하나는 아들이에요. 제 일과 삶을 관통하는 가장 큰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꾸준함'인데요. 취업을 준비하는 아들 또래의 친구들은 꾸준함의 가치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쉽게 이기고, 빠르게 성공하는 것만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영향이 컸을 거라 생각해요. 그 친구들에게 꾸준함의 의미와 가치를 말해주고 싶었어요.


또 하나는 아마 제 책의 주 독자일 30대 직장인들이에요. 알고 있겠지만, 직장 생활이 늘 좋기만 한 건 아니잖아요. 업 다운이 있고 힘든 일도 생기고 포기하고 싶어지는 와중에도 어떻게 계속 열정을 갖고 지속할 수 있을지, 제 경험을 빌어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Q. 결국 정김경숙 님의 키워드는 ‘꾸준함’인 것 같아요. 커리어를 돌아보았을 때 어떤 측면에서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셨나요?


지금의 저는 구글 디렉터라는 직함을 달고 있고, 바깥에서 보기에 사뭇 멋져 보이기도 하죠. (웃음) 하지만 30년의 직장 생활을 돌아보면 남들보다 전혀 뛰어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그냥 보통 사람, 그게 저였어요. 50을 넣으면 50의 결과를 내는 사람인 거죠. 


회사를 다니다 보면 30의 노력을 하는데 100의 결과를 내는 사람이 있어요. 예전에는 저도 그런 사람들이 진심으로 부러웠고, 그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절망도 했어요. 하지만 30의 노력을 들어 100의 결과를 내는 사람은 늘 그만큼만 노력하더라고요. 지지 않으려고 계속 30을 넣고 50을 넣고 100을 넣은 제가 어느 순간 앞지르기 시작하는 거예요.


물론 처음엔 쉽지 않겠죠. 하지만 매일 종이 한 장 쌓는 마음으로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까마득히 높게 쌓여 있는 종이 더미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어제와 오늘이 같고, 일주일 전과 지금이 다를 바 없는 것 같지만 노력하는 한 틀림없이 매일 한 장 만큼의 종이는 쌓인다는 이야기를 싶었어요. 



Q. 꾸준함의 빈도도 중요하지만 방향도 중요하잖아요. 발전시켜야 할 나만의 ‘강점'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일단 일을 하는 데에 있어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방법이 있겠죠. 3년 전 처음 구글 본사로 갔을 때 영어가 큰 걸림돌이었어요. 커뮤니케이션 담당을 해야 하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죠. 원어민도 어려워하는 자리를 어떻게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당시엔 고민이 많았어요. 나이도 적지 않았으니 벽이 더 높게 느껴졌죠. 하지만 별 수 있나요? 영어가 꼭 필요한데. 하루 3시간씩 공부하면서, 회사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했어요. ‘나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그러니까 내가 조금 실수하더라도 봐주고, 너희가 고쳐줘. 너희는 나만큼 열심히 한국어 공부 안 하잖아?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겠지?’ 하면서요. (웃음) 뻣뻣하게 입 다물고 있는 것보다 부끄럽지 않게 노력하고 당당히 도움을 요청하다 보니 훨씬 좋은 결과로 돌아오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방법은 ‘내가 되고 싶은 나'를 찾는 거예요.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주나 귀 기울여 들어 보세요. 예를 들어 동료 한 명이 ‘로이스는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야'라고 이야기했고 그 말이 마음에 들어요. 그럼 매 회의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조금씩 더 내놓는 거예요. 그럼 사람들은 생각하겠죠. 역시 로이스는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야. 내가 되고 싶은 방향으로 자신을 강화시켜 나가는 거죠. 


마지막 방법은 롤모델을 갖는 거예요.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람을 하나 두고 그 사람의 장점을 닮아가려 노력해 보세요. 저에게는 지금 넷플릭스 커뮤니케이션 총괄을 맡고 있는 레이첼 웨스톤이 그런 사람이죠. 일을 잘하는 건 물론이고,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이 넘치는 분이에요. 롤모델이 가진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그녀의 좋은 면을 나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더라고요. 타고난 자질은 바꿀 수 없지만, 주변에 어떤 사람과 어떤 커뮤니티를 두고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잖아요. 그 사실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책을 보면 레이첼 웨스톤 외에도 정김경숙님의 곁에서 늘 힘이 되어주는 여자 동료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나만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면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까요?


맞아요. 특히 여성 연대라고 얘기하는 여성들과의 커뮤니티가 참 중요한 거 같아요. 저에게도 그런 친구들이 있어요. 한 회사에서 만났지만 각각 다른 부서에 있어 경쟁하지 않고도 서로를 서포트 해줄 수 있는 동료들이죠. 자주 만나서 영어 공부도 하고, 취미생활도 같이 즐기고요. 그러다 커리어 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거죠. 이직을 할 때 인사 담당자 친구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본다거나, 누군가 온라인 마케팅에 대해 고민할 때 제가 조언을 해준다거나. 저는 아이를 키우는 데에 있어서도 친구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어요. ‘우리 애는 대체 왜 이럴까?’ 하면서 고민도 나누면서. (웃음)  


이런 동료를 갖고 싶다면, 저는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먼저 찾아보라고 하고 싶어요. 일에 대한 공통적인 고민을 나눌 수 있으니까요. 그게 아니라면 경험치가 비슷한 같은 업종 사람을 찾으면 좋겠죠. 그리고 헤이조이스처럼 네트워킹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찾아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도 종종 생각해요. 내가 주니어 때 헤이조이스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웃음) 강연만 듣지 마시고, 강연 후 모임이 있다면 꼭 참석해 보세요. ‘최대한 많은 사람과 명함을 교환해야지’가 아닌 ‘올해 나와 마음이 맞는 3명의 동료를 만들어야지’를 목표로 두고 움직인다면 꾸준히 좋은 관계를 이어 갈 수 있는 친구를 만날 거예요. 헤이조이스에 오는 사람들은 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잖아요? (웃음) 



Q. 책에서 마음의 체력과 함께 육체적 체력도 강조하셨어요. 책 제목도 <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 이고요. 


  

'구글러들의 창의성과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이런 질문을 자주 받아요. 저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체력이라고 생각해요. 30대 중반까지는 '깡'으로 버틸 수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규칙한 하루 일과, 야근, 스트레스, 불규칙한 수면패턴 등으로 체력 관리가 점점 어려워져요. 회사에 와도 100퍼센트의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거죠. 쉽게 짜증이 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도적으로 생각해 내기도 어렵고요.




모든 자연 생물체들은 빛을 향해 자라잖아요. 그걸 헬리오트로픽 효과라고 한대요. 저는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에너지를 향해 사람들이 모이는데, 그 에너지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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