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 인터내셔널 스토리텔링 디렉터 정김경숙 님
나도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까? 무엇이 좋은 리더일까?
직장일을 하고 연차가 쌓이며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기 마련이죠.
특히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흔치 않은 여성 리더라면, 더더욱 고민이 깊어집니다.
27년 간 커리어를 쌓아 구글 인터내셔널 프레스 총괄로 일하고 계신
로이스(정김경숙) 님이 보낸 세 번째 편지!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일하며 느낀 점과 꿀팁을 공유합니다.
※ 로이스 님을 랜선으로 직접 만나볼 수 있는 헤이조이스 강연 영상도 놓치지 마세요!
지난 1주일 안녕하셨는지요? 로이스 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이전에는 우리 삶의 순간순간이 정말 ‘디지털화 되었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우리 모두가 얼마나 촘촘하게 아날로그로 연결되어 있었는지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넘게 집에만 갇혀있으서 우리가 얼마나 ‘사람을 좋아했는지' 느끼기도 합니다.
앞서 두 편의 글을 연재하면서 본의 아니게 나이를 대략이나마 밝히게 되었는데요. 조금 더 밝힌다면 여성 직장인으로 27년, 결혼 후 아이없이 직장생활 3년 정도, 그리고 워킹맘으로 산 게 20년이 되어갑니다.
사실 저는 여성, 주부, 워킹맘 등 직장인 앞에 붙는 말을 의식하면서 회사 생활을 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제도적 혹은 구조적 상황, 사회적 인식이나 시선, 기대, 그리고 현실적으로 살아내야 하는 48시간 같은 24시간이 어쩔 수 없이 '제약'으로 느껴질 때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오늘은 정말 정답도 없고 오답도 없는 여성 혹은 엄마로서의 직장생활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특히 직장인으로 살면서 배운 리더십의 모습을 나누고, ‘워킹맘’으로서 힘든 순간과 어떻게 그 시기를 보냈었는지 공유할까 합니다. 사실 육아, 양육 관련해서는 100명에게 물어보면 100가지의 생각과 방법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저의 이야기 역시 그냥 ‘사례 1’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성공한 여성들의 얘기, 여성 리더십 책 많이 읽으시죠? 저도 많이 읽습니다. 여성 리더들의 팟캐스트도 자주 들습니다. 50대의 여성 직장인으로, 혹은 ‘성공한 여성 임원’(에고, 이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죠)으로 어떤 리더십을 추구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처럼 저도 쉐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의 <린 인(Lean in)>을 읽으면서 ‘그래, 이제부터 회의할때 모서리에 앉지 말고 중간에 앉아야지’, 혹은 ‘회의할 때 누가 말을 가로채면 절대 주눅들지말고 내 생각에 대한 크레딧을 찾아야지’, ‘누가 나를 공격적(aggressive)하다고 말하면 그건 성 편견에 기반된 인식이므로 고쳐줘야지' 하는 것들을 기억하고, 실천하려고 애썼습니다. 아주 중요합니다.
한 때 저는 '여성성' 리더십을 강조하기도 했었습니다. 대립각에 있는 '남성성 리더십'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여성성 리더십'은 좀더 포용적이거나 융합적이고, 좀더 '노(No)'를 해야할 때는 더 잘하고, 싫으면 싫다고 뒤가 아니라 앞에서 얘기하고, 자기 관리 잘하는 것이었어요.
다만 직장생활을 좀 더 오래 하면서 이런 리더십은 ‘여성성’에 기반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개인적인 철학이나 태도에 기반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여성성/남성성 리더십으로 이분적으로 나눠 생각하는 것은 상당히 고정관념이고 자의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얘기한 리더로서의 포용성, 투명성, 적극성, 자기관리 등은 남성 리더이든 여성 리더이든 모두에게 앞으로도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리더십 스타일에 있어 남성 리더십, 여성 리더십이 따로 있지 않다고 봅니다.
오늘은 제가 구글에서 배운 리더십 중 한가지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약점을 공유하는 열린 태도와 용기(Vulnerability)'의 리더십 입니다. 아마 예전의 제 시각으로 구분했다면 '여성성 리더십'에 가깝겠지만 지금은 여성, 남성 모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27년 직장생활 동안 점점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서 자기분야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사람들과의 교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자신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그게 20여년을 훌쩍 넘어가면, 모든 것을 경험했고 증명했다고 생각해서인지 경직된 사고를 하기 쉽니다. 소위 “내가 해봐서 아는데 말이야~~” 하는 거죠. 자존감과 자신감은 좋지만, 이 때문에 자신과 남 사이에 벽이 생겨서 직장 후배들이나 동료들이 쉽게 다가오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벽을 허무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제가 경험한 가장 좋은 방법은 리더 혹은 동료로서 본인의 취약성(Vulnerability)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서적인 위험을 감수(emotional risk)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팀원들, 동료들과 신뢰가 쌓이게 됩니다.
감정적 취약점을 공유하면 ‘나도 사람이다’라는 것, 나도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또한 나의 팀원들을 실수로부터 배우는 좋은 실수(well failure)를 할 수 있도록, 더 나아가 업무에 있어서 자리보전이나 현상 유지가 아닌 위험감수(risk-taking)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기도 합니다.
사실 아이러니 같지만 취약성(Vulnerablity)을 갖지 않고서는 진정한 자신감을 구축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창피함, 두려움, 실패의 마음인 취약성를 공유하는 것이 그 반대편에 있는 용기, 자신감, 신뢰감을 만들어준다는 사실은 놀랍습니다.
직장생활하면서 지금도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지는 순간이 많았는데요. 저는 이런 순간들을 직장 동료나 팀원, 혹은 후배들에게 공유합니다. 수많은 창피한 순간들, 실패의 순간들, 숨기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요. 그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사실 제가 정말로 인생을 걸고(!) 영어 공부에 집중하게 된 좋은 계기이기도 합니다. 얼마나 창피했던지… 한 8년 전쯤이었습니다. 아태지역 각 나라에 있는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과 화상통화로 진행되는 팀 컨퍼런스 콜(화상 통화)에서 짧은 발표를 맡았습니다. 물론 영어 발표였어요. 전세계에서 가장 말 잘하고 글 잘 쓴다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커뮤니케이션 팀원들이 참석하는 회의에, 한국 지사의 내용을 잘 전달해야하는 긴장의 순간이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컨퍼런스콜은 보통 다른 사람이 말할 때에는 내 마이크의 소음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이크를 음소거(mute)로 해놓았다가, 내가 발표할 때에는 음소거를 풀어야 합니다. 저는 당시 영어 + 발표 울렁증으로 화면을 보지도 않고 발표 내용에 집중하며,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바닥을 보면서 7분 정도 발표를 했습니다.
발표를 다하고 고개를 들고 화면을 보았는데 모든 사람들이 다른 내용을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이게 뭐지?' 싶었죠. 아차! 제가 발표를 시작하면서 음소거를 풀지 않았던 겁니다. 열심히 바닥을 보며 발표했던 7~8분 동안 컨퍼런스 콜에 들어왔던 모든 사람들이 제 말을 전혀 듣지 못했던 거에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제 채팅창으로 “로이스, 네 말 안들려. 음소거 풀어"라는 말이 계속 들어왔어요. 그래도 제가 대답 없이 계속 발표하자, “우리 그냥 다음 주제로 넘어갈께"라는 말도요. 저는 그들이 다른 주제로 넘어가서 자기들끼리 얘기할 때까지 혼자 주절주절 말했던 겁니다.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창피한 순간입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는 영어 공부에 집중하게 되고, 외국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영어 표현을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은 그 뒤에 쑥쑥 자라났답니다. ^^ 영어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 다음 4편을 기대해주세요!)
이렇듯 나만의 창피한 순간들, 나의 약점(vulnerability)를 팀원들이나 동료들과 공유하면 나 자신이 그로부터 뭘 배워서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보여주게 됩니다. 이런 약점을 공유하면 팀원들이나 아랫사람들이 나를 우습게 보지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약점이 있다는 것을 공유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입니다.
내가 그 약점을 통해 이런저런 것을 배웠다
앞으로도 나의 이런 약점때문에 실패할 수 있지만 계속 노력해보자
당신들에게 약점이 있다 해도 그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실패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우리는 그런 실패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지점은, 나의 취약함을 공유하는 순간 ‘아 이 사람이 이런 얘기까지도 나에게 공유하는 구나, 나를 정말 인간적으로 대하는 구나’라는 마음이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동료들과의 친밀감과 신뢰감은 부쩍 커집니다. 좀 오래됐지만, 지금도 인기 TED 동영상인 브렌 브라운의 관련 강의도 한 번 들어 보셔도 좋습니다.
현 페이스북 글로벌 마케팅 총괄 캐롤린 에버슨(Carolyn Everson)은 펫츠닷컴(pets.com) 창업자였지만 본인이 세운 회사에서 해고되었습니다. 당시 본인이 창업한 회사에서 쫒겨났던 캐롤린은 그 사실이 너무 수치스러워서 15년 이상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은 이력서에도 없었고 링크드인 등 경력에도 전혀 밝히지 않았습니다.
최근 그는 본인의 실패담을 공개하면서 본인이 간혹 자신감이 없고 두려운 이유가 15년 전에 있었던 해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이 사실을 동료들과 외부에 공유했습니다. 15년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았던 창피한 실패를 다른 사람과 공유했을 때, 동료들은 ‘아 이 사람도 실패를 해본 사람이구나, 나도 실패를 하더라도 괜찮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냥 제3자인 저에게도 이런 실패를 겪은 것을 알고 나자 리더로서 캐롤린이라는 사람이 전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아 이 사람도 실패를 해본 사람이구나, 이런 어려움을 겪었었구나, 그리고 지금도 이런 어려움을 갖고 있구나, 나도 실패를 해도 괜찮구나, 라는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관련 팟캐스트 듣기)
우리는 뭔가 항상 잘하는, 완벽한 보스·윗사람·리더·동료를 원하지 않습니다. 나를 알아주고 인정해 주고 나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리더.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리더. 내가 다가가고 싶은 ‘사람'다운 리더가 진정한 리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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