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인으로 알아보는 무기력].
여러분들은 지금껏 살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어보셨나요? 어떤 사람들은 비교적 무난한 삶을 영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고 작은 고난과 마주한 적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너무나도 큰 불행에 좌절을 겪기도 했을 겁니다. 그로 인해 우리 삶은 매번 흔들립니다. 그리고 우리 몸과 마음의 건강도 위태로운 상태로 내몰리곤 할 겁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무기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우리 삶에 눌어붙어 있습니다.
저는 무기력증에 오랜 시간 시달려왔습니다. 기질적으로 게으른 탓도 있지만 제대로 된 성공을 경험해 보지 못하며 자신감을 잃은 상태로 살았던 기간이 길어 특히나 무기력에 취약한 사람 중 한 명이었죠. 주변에서도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현대인이라면 한 번쯤 무기력해져봐야 제대로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흔한 게 되었습니다.
무기력의 원인은 개개인마다 다양하겠지만, 대표적으로는 몸과 마음이 지쳤기 때문인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간혹 자기 자신이 너무 게으른 사람이라 그렇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중 한 명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기질적으로 게으름을 타고났다고 해서 모두 무기력하게 살게 되는 건 아닙니다.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건 기질뿐만 아니라 자라면서 형성된 성격과 지금 현재 처한 환경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다름 아닌 '환경'입니다.
무기력의 대표적인 원인이 '지친 상태'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또한 지금 현재의 환경적 조건에 해당하는 사항이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오래도록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점차 무기력해집니다. 반대로 자신의 능력보다 한참 못 미치는 시시한 일만 하더라도 권태감을 느끼며 무기력해지기도 합니다.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일을 할 때 우리는 무기력에서 벗어나 하루하루 보람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죠. 이는 '몰입'이 인간 행복에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한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의견과도 일치합니다.
또 다른 무기력의 원인으로는 긍정심리학의 아버지인 마틴 셀리그만이 연구했던 '학습된 무기력'이 있습니다. 타인과 주어진 환경, 심지어 자기 자신이 스스로에게, 무기력을 학습시킨 결과로 무기력해진다는 뜻이죠. 이 중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바로 '자기 자신에 관하여 어떻게 무기력을 학습시키는지'입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 끝나고 나면 성과가 어떠한지를 확인합니다.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행동일지라도 말이죠. 예를 들어 청소를 하고 나면 이전보다 훨씬 깨끗해졌는지 평가합니다. 미용실에서 헤어스타일을 다듬고 나면 마음에 들게 잘 됐는지 확인하죠. 친구와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늘의 만남이 즐거웠는지 판단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하루 동안 무수히 많은 성과 확인 과정을 거치죠. 이때 확인하는 건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성공 여부', 또 다른 하나는 '성과의 원인'입니다.
일단 성공인지 실패인지를 판단하는 게 먼저입니다. 청소가 잘 됐는지,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드는지, 친구와 즐겁게 만났는지를 확인합니다. 그런 다음 청소가 잘 됐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분석하죠. 아마 둘 중 하나일 겁니다. 내가 열심히 청소했기 때문이거나 또는 애초에 청소할 게 별로 없었다거나 말이죠. 실패했을 때도 비슷합니다. 내가 청소를 열심히 하지 않았거나, 청소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거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간단히 말해 우리가 성취를 평가하고 그 원인을 분석할 때, 우리는 자기 자신 또는 외부 환경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이를 심리학에선 '귀인'이라고 부릅니다.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 건 내적 귀인, 외부 환경에서 원인을 찾는 건 외적 귀인이죠. 이 중에서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건 주로 외적 귀인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남 탓'을 죄악시합니다. 무책임하고 비겁한 행위로 여기죠. 하지만 정말 내 탓이 아니라 남의 탓일 때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럴 때마저도 남 탓을 하지 않는 건 도덕적인 게 아니라 부적절한 것입니다. 내 탓도 있을 때 내 탓에 집중하며 반성하고, 좀 더 나아지려 노력하는 건 참 좋은 태도지만, 남 탓이 분명할 때는 남 탓을 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반대로 너무 남 탓만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신은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며 언제나 주변 사람들 탓, 나라 탓, 세상 탓을 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이 가장 쉽게 무기력에 빠집니다.
외적 귀인이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건 어떤 결과의 원인이 우리 자신에게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내가 어떤 노력을 하든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노력할 맛이 나지 않게 되죠. '해봤자 어차피 달라지는 건 없을 텐데'라는 생각이 한없이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점차 노력을 하지 않게 되고, 그에 따라 성과도 자연스럽게 줄어들며, 깊은 우울감과 좌절감에 더욱 무기력해지기 마련이죠.
중요한 건 객관적인 분석입니다. 내 탓인 부분은 무엇이고, 남 탓인 부분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남 탓할 부분은 남 탓하고, 내 탓인 부분은 내가 노력해서 책임져야 합니다. 객관적이지 못한 시각으로 계속해서 한 가지 귀인에만 묶여 생각한다면 우리는 그렇게밖에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게 됩니다. 세상을 무기력이라는 안경을 쓰고 바라보게 됩니다. 무기력을 학습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만약 지금 현재 무기력하다고 느껴진다면, 우선은 쉬어주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일단은 잠을 푹 자고 많이 쉬어주세요.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신의 능력에 어느 정도 맞는 난이도의 일인지 확인해 보고, 부담스럽다면 조금은 내려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부족하다면 새로운 도전을 해보면 좋겠죠. 그런 다음엔 평소 자신이 자기 탓을 많이 하는지 아니면 외부의 탓을 많이 하는지 생각해 보면 좋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잘 하지 않은 귀인을 해보도록 노력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아 쉽지 않겠지만, 삶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한 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주변 사람들에게서 배워 보세요. 아마 남 탓을 많이 하는 사람과 자기 탓을 많이 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