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이유>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일으킨다. 일명 '나비효과'로 알려진, 작은 일이 돌고 돌아 큰일로 이어진다는 현상을 나타냅니다. 눈덩이가 빠르게 굴러내려가며 커지는 스노볼 효과라고도 부르죠. 이를 다른 말로는 '되먹임 현상(feed-back phenomenon)'이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복리계산입니다. 1000원을 저축하면 1원의 이자를 준다고 했을 때, 다음 달은 1001원의 원금에 따른 이자를 받게 되는 형태가 복리계산이죠. 복리의 힘은 엄청나다고, 몇 년 전부터 주식 또는 경제 전문가들이 강조하며 강의하거나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저도 몇몇 분들의 영상을 본 게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이러한 피드백이 맞물리는 현상이 우리의 감정에서도 일어나곤 합니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예로 들어봅시다. 불안은 공포와는 달리 눈앞에 명확한 위험 자극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공포는 지금 당장 눈앞에 위험한 대상이 있을 때 느끼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불안은 '미래의 관점'에서 오는 감정입니다. 지금 당장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하는 감정인 거죠. 불안을 느낄 때면 누구나 그렇듯이 내가 느끼고 있는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려 행동을 취합니다.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는 사람들마다 다를 테죠.
이때 불안에 대처하는 방식 중 하나로,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대상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달아나는 방법을 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장 빠르게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에 비해 쉽고 빠르게 효과를 보인다는 건 그만큼 단점도 명확하다는 걸 뜻합니다. 그게 바로 불안에서 달아나는 게 곧 다음에 더 큰 불안이 찾아오도록 만든다는 점입니다.
불안을 느끼고 나서 황급히 달아난 경험은 우리 뇌에 선명한 기억으로 저장됩니다. 대략 이런 형태로 남게 되겠죠. "방금 내가 느낀 두려움은 당장 달아나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나는 것이었구나!" 그렇다면 다음에 또다시 비슷한 순간을 마주하면 어떻게 될까요? 처음 느꼈던 것보다 더욱 강렬하고 큰 불안이 솟아오르면서 또다시 도망치도록 만듭니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적으로 쌓이면 쌓일수록 불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불안에도 복리가 붙는 거죠.
처음에는 어쩌면 충분히 견딜 만한 긴장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달아나버리면서 제대로 대처해 보고 부딪혀보는 경험을 할 기회를 잃고 나서는 더 이상 견딜 만한 수준이 아니게 됩니다. 그래서 계속 달아나고, 점점 더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순간이 애초에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만약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순간이 불안을 일으키는 대상이었다고 한다면, 발표를 하게 될지도 모를 상황에서 계속 달아나게 되고, 그럴수록 더 발표를 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게 통제하려 노력할 겁니다. 발표가 포함되어 있는 수업은 아무리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이어도 신청하지 않게 되고, 발표를 하면 간단히 끝날 일을 굳이 힘든 일을 도맡아 가며 더 큰 고생을 하거나, 혹시라도 기습적으로 생길지 모를 발표를 피하기 위해 휴학 또는 자퇴를 선택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이 있겠냐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저는 실제로 이런 사람들을 꽤 많이 봐왔습니다.
특정 대상에 대한 불안은 점차 영역을 확대하기 시작합니다. 발표 상황에서 달아나던 사람은 점점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에서 도망치게 되고, 나아가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힘들어집니다. 발표에 대한 불안이 대인관계 불안으로, 세상 밖의 모든 대상에 대한 불안으로 확장됩니다. 이윽고 자신의 집도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며 방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서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분명히 일어나곤 합니다. 공황장애 또는 범불안장애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요.
불안을 예로 들긴 했지만, 대부분의 감정에 이러한 피드백 현상이 적용됩니다. 반복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우리 마음에 경험으로, 기억으로 쌓이고, 다음에는 더욱 강렬하게 우리를 찾아옵니다. 나중에는 도저히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강해져 감정에 휘둘리는 삶을 살게 됩니다. 이러한 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피드백을 우회시키는 게 필요합니다. 완전히 차단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자칫 잘못하면 감정이 흐르는 길 자체를 끊어버릴 수도 있어 가능하면 우회하는 방법이 장기적으로 더 안전합니다.
감정의 피드백을 우회시킨다는 건 좀 더 쉽게 말하자면 감정의 경험을 새로운 의미로 해석해 보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경험한 감정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면 그 의미를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쩌면 처음 느꼈던 불안은 불안이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조금의 격앙된 긴장감, 흥분감이었을 수도 있죠. 설령 실제로 불안이었다고 할지라도 그 감정으로부터 도망을 친 이유를 그만큼 내게 위협적이어서가 아니라 아직은 내가 대처할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바꿔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불안을 경험하는 빈도에 비해서 생명의 위협이 될 만한 일은 상대적으로 적게 일어납니다. 즉, 불안 중 대부분은 허황된 감정일 수 있다는 의미죠.
여러분은 평소 어떤 감정을 가장 자주 느끼시나요? 그 감정에 대해 어떤 피드백을 받고 있나요? 그로 인해 왜곡된 악순환에 빠져 있진 않은가요? 만약 그렇다는 느낌이 든다면 정말 그토록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시기 바랍니다. 스스로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세요. 결코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건 어려우니까요. 감정의 악순환을 확인했다면 감정의 피드백을 우회시켜야 합니다. 해석의 방향성을 바꾸고, 세상에 대한 신념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자신이 떠올리는 생각에 함정이나 오류는 없는지, 다른 사람들도 정말 나처럼 생각할지 고민해 보세요. 하나씩 관점을 넓혀나간다면 감정은 우리 마음이 아닌 다른 곳으로 흘러 떠내려가기 시작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