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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애 Dec 21. 2021

딱 하나 남겨야 한다면.

가치와 우선순위.

가져야만 하는 것


  욕심은 언제나 끝이 없어서 채움에도 끝이 없습니다. 내가 갖고 싶은 걸 남이 갖고 있으면 질투가 나고 갖지 못한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늘 뭔가를 바라며 살아갑니다. 그게 곧 희망이 되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동시에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느끼며 절망하게 하고, 더는 살아갈 수 없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제 곧 새해가 찾아옵니다. 새해에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곤 하죠. 그때 여러분은 어떤 기준으로 계획이나 목표를 세우시나요? 바라는 걸 떠올리며 만들까요, 아니면 해야 하는 일을 위주로 만들까요? 저는 계획을 세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새해에는 왠지 뭐라도 적어야 할 것만 같아서 몇 가지 목표를 적어봅니다. 저는 '가져야만 하는 것'이라는 기준으로 목표를 정합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가지고 싶은 것'일 테지만, 제 마음은 꼭 가져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그러지 못하면 어떤 일일지는 몰라도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아요.


  첫 번째 목표는 '대학원 졸업'이었습니다. 다행히 잘 졸업했습니다. 학위를 꼭 따내야만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러지 못하면 취업도 못할 거라고, 이 사회에 내 자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걱정했죠. 졸업하고 나니 학위랑은 상관없이 '나를 위한 자리'같은 건 없었습니다. 제가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걸 뒤늦게 이해했습니다. 두 번째 목표는 '1년 동안 책 30권 읽기'였습니다. 올해가 10일 정도 남은 지금 시점에 저는 36권을 읽었고, 37번째 책을 읽고 있는 중입니다. 마지막 일주일 동안 바짝 노력해서 40권을 채워보고 싶네요. 저처럼 '책을 읽어야 한다'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다들 한 번쯤 생각하셨겠지만, 책을 읽어야 좀 더 잘 살 수 있고 현명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36권의 책을 읽고 나니 실제로 좀 더 성숙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저만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요.


  두 가지 목표 모두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걸 가지기 위해 세운 것이었습니다. 제가 가져야만 한다고 믿는 건 결국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는 믿음을 실현시키기 위해 필요한 재료였다고 생각합니다.




버려야만 하는 것


  제가 생각했을 때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선 가져야만 하는 것도 있지만 '버려야만 하는 것'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 가지를 골라보자면 바로 '고집'입니다. 고집도 필요한 순간이 분명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휩쓸리기보다는 자신만의 신념, 강단이 있어야 하죠.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고 나가는 힘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사람에겐 꼭 필요할 겁니다. 제가 말하는 고집은 앞서 말한 긍정적인 면이 아닌 부정적인 면이 좀 더 두드러지는 고집입니다.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작은 부분으로 전체를 다 안다는 듯이 섣불리 판단하는 것.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언제까지나 과거에 머물러있는 것. 이러한 점이 고집의 안 좋은 면입니다. '꼰대'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특성이기도 하죠. 특히 제가 가장 경계하는 고집은 바로 '자신이 아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물과 같은 속성이 있습니다. 물이 고이면 썩어버리듯이, 마음도 오래 고여 있으면 결국 썩어가기 마련입니다. 여기저기로, 이 사람 저 사람에게로 흘러야 건강할 수 있죠. 제가 생각하는 '괜찮은 사람'은 간단히 말해 '마음이 건강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마음의 건강을 해치는 독이 고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올해 상반기 동안 고집을 잘 버리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망설였고, 비슷한 일상을 반복했습니다. 아마 저 혼자서는 정말 고이다 못해 썩어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덕분에 올해 하반기에는 조금씩 물꼬를 틀고 흐를 수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


  버릴 건 버리고, 가질 건 가지려고 노력하며 살았을 때 우리의 양손에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요? 여러분은 무엇을 꼭 남기고 싶으신가요? 만약 삶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올 때 딱 한 가지만을 남길 수 있다면 무엇을 남기는 게 좋을까요? 아마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을 남기고자 할 겁니다. 그리고 가치의 중요도에 따라서 우선순위를 매기게 될 겁니다.


  소중한 가치는 아주 다양합니다. 건강, 돈, 인간관계, 성취, 신앙심, 자기실현, 행복 등 사람들마다 서로 다른 가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죠. 어떤 가치들은 서로 겹치기도 하고, 다른 가치가 충족되어야 따라서 충족될 수 있는 가치도 있을 겁니다.


  저는 아직 딱 한 가지를 고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모두 중요해서 무얼 골라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꼭 한 가지를 골라야 하는 건 아니기도 하죠. 여러 가치를 함께 가진다면 가장 좋을 겁니다. 그렇다면 '딱 한 가지를 남긴다면'이라는 가정을 두고 고민하는 건 의미 없는 짓일까요? 그렇진 않다고 생각해요. 살다 보면 반드시 서로 다른 가치들이 충돌하는 순간이 생깁니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도 하죠.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의 순간을 마주해야 합니다. 그때 조금이나마 덜 후회할 선택을 하기 위해선 '딱 한 가지를 남긴다면?' 이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합니다.


  여러분의 딱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2022년에는 그 한 가지를 좀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한 해가 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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