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앞 벵갈고무나무

벵갈고무나무

by 박민지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식물, 이름은 잘 모르지만 자주 보았던 식물이죠? 바로 벵갈고무나무입니다. 너무나 자주보여 흔하디흔한 식물로 보이지만 사실 이 나무는 단순한 관엽식물이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힌두교에서는 지혜와 장수를 상징하는 신성한 나무로 여겨졌고, 명상과 의식의 공간에 함께했습니다. 불교에서는 보리수나무와 나란히 부처님의 깨달음과도 연결된 나무로 기억되고 있지요.


야생의 벵갈고무나무는 20미터가 넘는 장엄한 모습으로 숲을 지배하지만, 우리 곁에 놓인 원예종은 2미터 정도의 작은 키로 자라납니다. 웅장한 기세는 사라졌지만, 어떤 환경에도 끈질기게 적응하는 강인함만은 여전합니다.


개업을 하면 약국, 미용실, 부동산 앞에는 어김없이 벵갈고무나무 한 그루가 놓입니다. 넘치는 생명력 덕분에 어디서든 잘 자라는 탓이지요. 그래서일까요, 때로는 무심히 방치된 채 살아남는 모습이 더 마음에 남곤 합니다. 저희 동네 한 약국도 재개업을 하며 선물받은 벵갈고무나무를 약국 앞 테라스에 두었습니다. 1년동안 그 앞을 오다가다 그 고무나무를 유심히 보곤했습니다. 여름에는 잎을 하루가 다르게 내며 싱그러움을 더하더니, 겨울이 깊어가자 잎을 모두 떨군 채 앙상한 가지만 남았습니다. 차가운 바람 속에 버려진 가구처럼 서 있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참고로 벵갈고무나무는 남아시아 원산이라 15도 이하의 온도에선 냉해를 입다 결국에는 초록별로 떠나게됩니다.)



그럼에도 벵갈고무나무는 여전히 강한 나무입니다. 밝은 빛을 좋아하지만 어둑한 실내에서도 버티고, 물을 자주 주지않아 건조해져도, 물을 많이 줘 과습이 되어도 끈질기게 살아남습니다. 매년 새 잎이 나는 행복한 벵갈고무나무를 키우려면 반양지 정도의 밝은 빛에 흙이 마를 때쯤 한 번씩 듬뿍 물을 주면 됩니다. 일 년에 한 두번 알비료를 줘도 좋습니다. 이 식물친구는 작은 정성에도 성실히 응답하는 기특한 존재이지요.


앞으로 길에서 벵갈고무나무를 만나신다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봐 주세요. 평범해 보이는 그 나무 안에 오래된 신성함과, 어떤 환경에도 꿋꿋하게 버티는 생명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생명력은, 어쩌면 우리 곁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과 닮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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