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을 좋아한다는 건

선인장

by 박민지

가드닝 강사로 수업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반응이 튀어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마다 저는 수업을 준비할 때 미처 놓쳤던 부분을 발견하곤 합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선인장을 좋아했습니다. 선인장은 햇빛이 쨍쨍한 건조한 기후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잎이 가시로 변했고, 잎과 줄기의 표면도 단단하게 바뀌었습니다. 다른 식물과는 전혀 다른 외모를 가진 탓에, 저는 늘 선인장을 바라볼 때면 외계에서 온 생명체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더 알고 싶고 더 배우고 싶어 결국 경기도농업기술원 선인장다육식물연구소에서 근무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일반 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선인장들이 가득했고, 선인장에 대한 목마름이 있던 저에게는 마치 별천지와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20210716_170118.jpg


제가 진행하는 수업은 주로 기후를 주제로 삼아 식물을 묶어 풀어가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건조기후의 식생을 살펴보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선인장을 배우는 식이지요. 강사로서 경험이 많지 않았던 초반에는 선인장과 같이 제가 잘 알고 있는 식물 위주로 수업을 구성했습니다. 무엇보다 선인장은 제가 좋아하는 식물이었기에, 당연히 학생분들도 저처럼 좋아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한 학생분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선인장의 가시가 너무 무서워요.”


저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저에게는 특별한 존재인 선인장이, 누군가에게는 다가가기도 힘든 두려운 존재일 수 있다는 사실. 제가 멋지다고 여기던 가시가 어떤 이에게는 위협적인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된 것입니다. 결국 저는 학생들의 다양한 시선을 헤아리기보다 제 선호에만 기대어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 경험은 제 수업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전에는 키우기 쉽고, 형태가 예쁘며 색이 아름다운 식물을 고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학생들이 이 식물을 어떻게 바라볼까, 어떤 반응을 보일까까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수업은 제 취향만을 전하는 자리가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식물을 경험하는 자리라는 것을 몸으로 배운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선인장의 가시가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집에서는 의외로 많은 종류를 키우지는 않고 있습니다. 무륜주, 마그니휘커스, 금청각, 용신목 정도만 키우고 있습니다. 저희집이 남동향이라 충분한 햇빛이 닿지 않아 이상적인 모습으로 자라주지는 않지만, 큰 보살핌 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제게 위안을 줍니다.


선인장은 더디게 자라지만, 시간이 쌓일수록 더욱 단단해집니다.
저 역시 강사로서, 사람으로서 그렇게 조금씩 자라가고 있는 중입니다.

선인장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서로 다른 모습 그대로 존중받을 때, 식물도 사람도 그렇게 자라나는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이유가 없을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