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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헤도헨 May 06. 2024

1주. 두 개의 새벽

밤의 즐거움에 필적하는 아침의 즐거움이 있어야 할 텐데?

나는 새벽의 맛을 안다. 새벽의 기운과 냄새를 알고, 새벽의 적막과 고요를 안다. 그것은 한 공간의 사람과 공유하기 싫은 것이고, 그럴 수도 없다.


어떤 일을 해도 다 내 것 같고, 이룬 게 없어도 누린 게 많아서 괜찮다. 웃겨도 너무 웃기고, 슬퍼도 너무 슬프다. 깨달음은 자주 찾아오고, 다른 나도 기꺼이 만날 수 있다.


새벽은 두 개, 완전히 다른 두 개다. 잠을 자고 일어나 맞이하는, 4시, 5시, 6시의 깨어나는 새벽과 잠을 자지 않다가 닥치는, 2시, 3시, 4시의 깊어가는 새벽은 아주 다르다. 하는 일, 주된 정서, 내 몸의 자세, 그리고 그날 하루와 그즈음 나날의 색과 에너지가.


나는 사실 둘 다 좋아해서 어떤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깨어나는 새벽은 나와 내 삶을 붙잡고 단단하게 만들고, 깊어가는 새벽은 나와 내 삶을 휘젓고 흐릿하게 만든다. 전자는 처음이 어렵고, 후자는 처음부터 쉽다. 둘 다 갈수록 쉬워지는데, 전자는 끝내기 쉽고, 후자는 끝내기가 어렵다.


문제는 둘을 동시에 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나가 자리잡으면 다른 하나는 지워진다.


이동진의 김창완 인터뷰를 보다, '아침이 나를 이렇게 바꿔줬구나' 한다는 말에 불현듯, 내가 아침과 맞닿은 새벽을 너무 오랫동안 놓치고 살았다는 것을, 반면에 밤에 달라붙은 새벽에 절여진 날이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항상 굳건하고 한쪽으로 단단해지는 삶은 경계심이 들고 자신도 없고 싫지만, 이쯤에서 잠깐은 저쪽으로 넘어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일찍 일어나려면, 일단 무조건 일찍 자야겠고(억지로 일찍 깨서, 졸린 뇌와 몸으로 시작하는 하루는 사절이다), 그러려면 밤의 즐거움에 필적하는 아침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어야 할 텐데... 뭘 한다?


여기서, 오랫동안 용케 버킷리스트에 살아남아 있던 '달리기'가 뿅, 하고 튀어나왔다.


지난 6개월 동안 나 혼자 직업이 작가인 양 글쓰기에 매진했는데, 꽤 괜찮았다. 10여 년 전, 서른한 살에 첫아이를 낳으면서는 ‘30대엔 육아를 해볼까’ 하고 '나' 없이 '엄마'로만 살았는데, 돌아오지 못할 뻔했지만, 돌아보니 그것도 그런대로 괜찮았던 것 같다.


나는 그런 삶, 모 아니면 도인 삶이 맞는 듯도 싶고, 갑자기 오랜만에 그런 식으로 뭔가 해내고 싶어졌다. 그러니까 '육아'나 '글쓰기'와는 다르게, 성실과 열심이 결과를 보장하는 일, 성취가 내 통제 아래 있고, 성과가 확실히 눈에 보이는 일.


그리하여,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달리기로 했다.


달리기는 처음이다. 6개월 동안 꾸준히 달리면 내 몸은 당연히 건강해지겠지. 하지만 얼마나, 어떻게? 모른다. 또, 그동안 나는 어떤 경험을 할지, 무엇과 싸우고 무엇에 의지할지, 어쩌다 기쁨과 슬픔과 고통과 권태와 경이를 만날지, 어떤 생각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어떤 우여곡절을 겪을지 모르겠다. 그러다 보면, 혹은 그러고 나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내 삶은 달라질지 궁금하다. 뭐, 별다르지 않고, 별일 없을지도. 어쨌거나, 그걸 써보겠다.




요약

6개월 동안 달리고, 매주 글로 쓰겠다.


달리러 나온 것만으로 즐거운데?


기록 1. 5월 1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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