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훌륭한 사이클이 있나.
비로소 겨울방학이다. 세 아이들 모두와 종일 보내는 따수운(...) 두 달여의 나날. 방학에 대한 마음가짐은 변천사('사라진 월요병, 두려운 방학, 충격의 코로나')를 겪고 이제는 꽤나 편안~하다. 특별한 이벤트를 기획하지 않아도 하루하루가 놀랍게도 슬렁슬렁 잘 간다. 물론 아이들 모두 학원에 가 있는 한 시간쯤의 혼자만의 시간이 세상 소중하고 은혜롭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이 집에서 나가주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나에겐 달리기가 있다! 달리기만 하면 30-40분, 요가까지 하고 오면 두 시간쯤. 집을 나설 때 발걸음은 가볍고, 달릴 때 발걸음은 신나고 힘차며, 돌아오는 발걸음은 개운하다. 아니, 이런 훌륭한 사이클이 있나.
9세가 된 지 열흘쯤 된 막내는 꼭 가야 되냐고, 조금만 달리고 오라고 애처로운 눈빛을 보일 때도 있지만, 대체로 굉장히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각자 할 일을 하고(책 읽고 그림 그리고 음악 듣거나 피아노 치고 종이접기나 이런저런 만들기를 하고), 셋이서 보드게임이나 핸드폰/컴퓨터/닌텐도 게임을 한다.
나는 한편으로 아이들과 있어줘야 할 것 같지만, 한편으론 아이들끼리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함께 있으면 아무래도 낫겠지 싶다가도, 달리고 돌아온 나는 확실히 더 괜찮은 엄마가 되어 있다.
달리기를 하는 동안엔 이런 생각을 한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데 혼자 하는 일을 해서, 아이들이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어서 이 시간이 더 값지다고. 나의 달리기, 나의 요가 역시 더 귀한 것이 된다고. 그러니까 나는 내 삶을 더 값지게 만들고, 더 귀한 것으로 채우는 중이다.
방학이란 빡빡한 시간표 없이, 잉여라고 할 만한 것들을, 자유롭게 하는 시간이 아닌가. 실컷 그렇게 지내다 보면, 쓸모 있는 일을 할 여유와 의지가 생긴다. 간혹, 되는 대로 보냈던 시간 자체가 의미가 되기도 한다.
나의 아이들에게 그런 방학을 제공하느라 '나는 없다'고, '죽었다'고 생각하고 두 달 동안 일주일 내내 월요일만 있는 것처럼 보내던 시절이 있었는데, 아이들의 방학이 내게도 방학이 되는 날이 왔다. 그러니, 겨울방학이라고 달리기를 쉴 수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