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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겨울에 건배

밖이 어떻든,

by 모도 헤도헨

달리기를 하면 이 겨울에도 땀이 난다. 밖이 어떻든, 움직이면 안에선 열이 오르는 것이다. 초자연적인 현상도 아니고 희귀한 사건도 아닌데, 달릴 때마다 더워지고 이내 옷을 적실 만큼 땀이 나면 경이롭다는 생각에 잠깐 몸이 떨린다.


세상에서 제일 싫은 세 가지에 추위를 꼽을 만큼, 추위에 약했다. 경직된 몸을 웅크리고 있으면, 추위는 하나도 가시지 않는데 더 이상 피할 곳도, 숨을 곳도, 할 수 있는 일도 없어서 우울해졌다. 추위는 내게 가혹한 생, 가차없는 운명의 상징 같았다.


옷을 여러 겹 껴입고, 두툼한 이불을 덮고, 온수매트에 의지해서, 외풍을 막는 틈새 테이프를 붙이고, 보일러 설정 온도를 높여서 겨우 알아채는 따스함의 기미를, 달리기 5분이면 후하게 만난다.


이렇게 자주, 더구나 밖에서 온기와 땀(내 것!)을 겪으니, 겨울이 덜 춥게 느껴진다. 심지어 만만하다.


도망치고 숨고 웅크릴 것이 아니라, 나를 감싸고 틈을 막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몸을 움직여 내 안에서 열을 만들어내면 된다는, 그러면 덜 추운 정도가 아니라 땀이 나서 덥기까지 하다는 깨달음이 나를 울린다.


가혹한 생, 가차없는 운명, 그리고 이 끔찍하고 부조리한 시국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한 발짝 디딜 때마다 새긴다. 움직이는 사람들이 마침내 무엇이든 만만하게 만들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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