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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헤도헨 Jan 04. 2025

사사로운 달리기

이 시국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달려도 될까. 

열심히 살아도 될까. 

알차고 야무지게 내 일상을 꾸려도 될까.


산 사람은 살아야 하고, 내겐 내 할 일이 있고, 어찌 됐든 일상은 굴러가야 하니까,

그러니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먹고, 웃고, 달리고, 글을 쓰는 게 맞는 걸까.


내가 알던 세상이 콱 부서졌을 뻔했다는 것이,

여전히 미래의 누군가 이때가 치명적이었다고 딱 손으로 짚을 만큼 지금 아슬아슬하다는 것이,

나는 생각할수록 소름 끼치게 무섭다.


그럼에도 내 앞에 선 이의 세계가 나의 세계와 다를 수도 있으니 조용히 모르는 척하고,

설마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닥치진 않을 테니 너무 심각해지지 않으려 하면,

또 그런대로, 진짜 괜찮은 것처럼 살아진다.


어차피 혼자 사는 세상이니까, 아니 우리는 다 같이 사는 건데.

한마디 얹고, 무언가 보태고, 머릿수를 채운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달라지든 말든 뭐라도 하겠다는 건데.

나부터 갈라져서 죽을 맛이다.


달리기를 해도 마음이 나아지지 않는다. 달리기를 할 기분도 아니다.

그렇다고 안 하고 있자니 속만 썩어 문드러진다.

그래서 끙끙거리며 달린다.






*제주항공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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