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의 묘수
겨울이 다가오자 긴장됐다. 추우면 긴장할 만큼 워낙 추위를 타기도 하거니와, 얼음이 어는 날씨에 대체 어떻게 달린담? 두어 달을 통째로 쉴 수도 없고.
5월에 달리기 시작, 좌충우돌 시행착오 끝에 달리는 몸과 달리는 일상이 드디어 익숙해졌는데. 안 달리면 금방 돌아갈 것 같은데(실제로 폭설과 몸살로 2주 쉬었더니 리셋되었다는 이야기는 여기). 아니, 무엇보다 달리고 싶은데!
여름에 그랬듯이,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소박한 헬스장의 트레드밀을 대안으로 생각해보았다. 그래, 영 달릴 수 없을 만큼 날씨가 가혹하면 거기서 하자. 그런데 아무래도 내가 하고 싶은 달리기는 그게 아니어서 그런지, '이 정도 날씨라면 달릴 만하지 않나?' 하고는 결국 길 위로 나간다. 한여름에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역시 '달리러 나가자'는 마음을 먹는 일은 5월과 6월, 9월과 10월에 비해 훨씬 드물다. 그래서 나간 김에 달리는 묘수를 택했다.
요가원과 성당은 꼭 가니까, 최소 일주일에 세 번은 왕복 3킬로 보장! 아쉬우면 길을 돌아 몇 킬로 추가!
점점 잘 달리게 되면서 10킬로미터 전후로 달려야 달린 것 같았는데, 웬 말씀? 짧게 끊어 되는 대로 달리다 보니, 왜 그간 '매일 달리기'를 못했는지 깨달았다. 무리하지 않으면 매일 달릴 수도 있었다.
김성우 님의 <30일 5분 달리기>를 탐독하면서도 '에이, 그래도 어떻게 5분만 달리면서 달렸다고 할 수 있습니까~' 하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5분'이 중요한 게 아니라 '30일'이 중요했다. 그러고 보니, 심으뜸 님도 분명 '일주일에 한두 번 한 시간씩 운동하는 것보다 10분씩 매일 운동하는 게 훨씬 좋다'고 했다.
사실 어쩔 수 없이 내 상황에 맞춰 하는 건데, 그런 말들을 주워섬기며 나를 응원하고 있다. 지금 나는, 가혹한 환경에서도 나를 지키며 속에서 단단해지는 중이라고. 나무들이 그러는 것처럼. 봄이 되면 슬슬 뻗어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