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럴 수가. 너무 힘든 것이었다.
하프마라톤 후기와 함께 달리기 브런치북(<주간 달려요정>)이 끝난 것이 3주 전쯤. 헐렁헐렁한 마음을 다잡으며 달리기를 이어나가려는데... 역대급 폭설! 경기도 누적 적설량 1위를 찍은 나의 도시는, 그야말로 모든 인도가 눈길이었다. 날씨가 조금 따스해져 길바닥이 보이기까지 일주일 동안, '달려야 되는데... 달리고 싶은데...' 그렇게 발을 동동 굴리며 보냈다.
그러고 나서는 느닷없이 아팠다. 고열과 동통에 며칠 시달리며 쏟아지는 대로 잠을 자고 나니 일주일이 훌쩍 갔다. '전신 쇠약'의 느낌은 오랜만이었고, '아, 이런 상태에선 아무것도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수도 없지.' 새삼 깨달았다. 아프기 전에, 아프지 않기 위해 몸을 잘 지켜야지, 물론 그런다고 늘 내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생각도 오랜만에 했다.
얼추 몸이 회복되었다 싶어, 요가원에 오가는 길에 달렸다. 3킬로 남짓의 거리이고, 그것도 반씩 나누어 달린 건데... 아니, 이럴 수가. 너무 힘든 것이었다. 그러니까 숨도 차고 다리도 무거웠다. 그래,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거야. 그리고 오랜만에 달리는 거잖아. 그렇게 나를 달래며, 이 시간쯤(정오가 가까운 늦은 오전)에 달리면 그리 춥지 않아 달릴 만하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그날부터 열흘 동안 하루 빼고 날마다 달리기를 했다(3-5km씩 짧게). 달릴 때마다 당황했다. 너무 힘들어서. 아니, 이렇게 쉽게, 이렇게 금방 리셋되다니. 억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래봤자, 다 쓸데없는 소리였다. 달리기가 그런 걸. 몸이 원래 그런 걸. 겸손한 마음이 되었다. 살짝 경외감도 들었다. 정직한 것을 만나면 언제나 그렇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