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바구니

자작시

by 몽중상심

타닥타닥 나무가 불타는 소리

어둠이 쌓이고 쌓여 칠흑 같이 어두워진 밤하늘 아래에서 나는 따스한 온기를 느낀다

누군가의 쉼터이자 그리움이었던 이곳은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오직 나만의 침대가 되었다


나는 이곳과 함께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기에 멈춰 있는 곳

흐르는 강물보다는 고여 있는 연못이 좋다

시간과 세월이 멈춰 있는 이곳

잔잔한 이곳에 누군가 바위를 떨어뜨리지 않았으면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악취가 진동을 할 테니까

그러니까 정말로,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으면 한다


어느 날, 나는 바람에 휘날려온 그림 하나를 주웠다

사과와 배와 바나나 등 각종 과일이 한 바구니에 얽히고설켜서

서로 껍질을 깎아내고, 짓눌려 썩고 냄새나며 멍들면서도

도통 그 바구니를 벗어나지 않는다

참으로 요란하고 시끌 법석하다

그 바구니만 벗어나면 얼마나 편안할지 모르는 걸까

힘들어하면서도 왜 고통 속에서 바구니 안에 몸을 맡기는 걸까

나로서는 이해하기도 어렵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바보천치 같다는 생각만 든다


그래도, 가끔 누군가 함께 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기는 한다

물론 바람이 아닌 하찮고 가벼운 상상 따위에 불과한 것이다

누군가 있었다면 나는 끊임없이 의지하려 했겠지

그리고 돌아오는 태도에 실망이 겹겹이 쌓여

감정이 다투고 결국엔 누군가 떠났을 거야

암 그렇고 말고. 결국엔 누군가 떠났을 거야


바깥에서 또 짜증 나는 소음이 들린다

흉흉하고 끔찍한 소리가 늘 이 시간이 되면 찾아왔다

늘 그랬듯 두 귀를 틀어막으려 막고 있는데

막은 손과 귀 사이 그 좁은 틈 사이로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을 맞으니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안 떠나고 같이 잘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서로 믿고 의지하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개미와 진딧물 같은 관계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생각들이 스쳐 지나갈 때

비로소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날 위해 걸어온 발자국

누군가 날 위해 닦아놓은 길들

누군가 나를 애타게 찾는 소리

누군가 내 이름을 외치는 소리

절규하고 울부짖으며 나를 찾는 소리

이제야 모든 것들이 내 눈과 귀를 밝혀왔다


왜 몰랐을까

비좁고 비좁던 그 과일 바구니 속에는

사랑이라는 범퍼가 있어서

서로에게 해를 입히지 않았음을

좁더라도 따뜻하고 편안한 그곳을 내 발로 떠나갔음을


스스로를 가둔 것은 나 자신이었다

따뜻하고 포근한 바구니를 걷어차고 차갑고 딱딱한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두었다

참으로 어리석다

바깥에서 내가 한 일은 멈춰 있던 것뿐이다

모닥불이 있던 자리를 다시 들여다보니

불과 나무는 온데간데없고

식어버린 검은 재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멈춘 것은 시간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