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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민 Jun 14. 2017

#71 신중한 비유와 예시

2017.4.23. 어느 개그맨의 트위터를 보고

최근 흑인 분장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한 트윗에 반박하는 글을 쓴 개그맨의 트윗을 보며 비유와 예시를 들 때 주의해야 할 점을 몇 가지 생각해봤다. 

'예전에도 그랬다'며 시커먼스와 맹구, 영구의 예를 든 것에서 이 개그맨의 시대정신을 읽는 감이 떨어지고 무지하다는 생각도 든다. 미국에서도 스탠딩 코미디를 할 때 인종차별을 소재로 쓰는 경우는 코미디언이 그 대상에 해당될 때만 가능하다. 지금 당장 미국의 유명인이 한국인을 따라 한다면서 눈을 가로로 찢고 브이 사인을 하며 개그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최근에는 여자를 '꽃'에 비유하는 것도 인권감수성이 떨어지는 행위라며 조심하는 분위기다. 

비유와 예시를 들 때의 첫 번째 주의점, 해당 비유의 속성과 내용이 '현재' 시점에서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가? 

얼마 전 고위 공직자가 국민을 "개, 돼지"로 비유하여 공분을 산적이 있다. '대중이 우매하다'는 식의 표현은 사실 상투적일 정도로 자주 쓰이기는 하지만 '개, 돼지' 우매함의 상징이 아닌 데다가 단순히 하등동물에 갖다 붙여 버리며 비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 반대의 경우는 어떤가? 우리는 얼마 전 구속된 대통령을 '닭'에 비유하곤 했다. 이것도 하면 안 되는 것 아닐까? 아니다. 이건 된다. 왜냐면 우리는 비유한 대상보다 약자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갖가지 별명을 붙이며 비꼬는 것은 일종의 저항적 행위이다. 그러나 교사가 학생에게 비유와 별명 붙이기를 하는 것은 폭력이 된다. 

두 번째 주의점, 비유와 예시의 대상이 나와 어떤 위치와 권력관계에 놓여 있는가? 

세 번째 주의점, 비유와 예시 들기는 나의 주장과 문장에 힘을 주고 재미를 주는 행위다. 기본적으로 인상적이어야 한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으면 억지로 짜내지 말아야 한다. 그냥 하고 싶은 말만 써도 다 알아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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