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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민 Jun 05. 2017

#46 그 많던 맛집은 어디로 갔을까?

2017.2.8. 돈가스 가게에 사람이 부쩍 줄어들어 걱정인 날.

난 한동네, 같은 아파트에서만 28년을 살고 있다. 고등학교 때까지 나의 등하굣길 풍경은 늘 같았다. 매일 아침 7시 30분에 지나치는 떡집에서는 늘 맛있는 김이 폴폴 나고 있었고, 슈퍼 앞 무가지 박스에는 봉고차에서 실어 나른 벼룩시장 신문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해가 어둑하게 집에 가는 길이면 정류장 치킨호프집의 네온사인이 켜지고 맞은편의 미용실에서 들리지는 않지만 깔깔대는 사람들이 얼굴이 보였다. 너무나 여전해서 너무나 지겨운 풍경들이 15년 가까이 지속되었다. 지겨운 동네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러나 이제는 직장인이 된 나의 퇴근길은 낯설다. 각각의 상호를 다양한 업종의 가게가 반년 단위로 바뀌어 간다. 닭강정 가게가 한참 생기더니 사라지고 매운 떡볶이, 추러스가 생기더니 사라졌다. 작은 카페가 마구 생겼다가는 곧 몇 개만 남았다. 최근에 일본식 주점이 늘더니 조그마한 공간마다 뽑기 가게가 꽉 들어찼다. 이 동네에 마치 처음 온 사람처럼 느껴진다. 저 모퉁이를 돌면 늘 있었던 도대체 누가 살까 싶은 여성보세 옷 가게가 외로웠고, 미니 게임기를 하느라 인도를 하도 막아서 언제 날 잡아 혼내줄까 생각했던 어린이들의 풍경이 외로웠다. 그나마 가로등만은 그대로인 게 더 외로움을 부추겨 세웠다. 이 새로운 동네길의 풍경이 익숙해질 때 즈음 또 어느 풍경으로 바뀌어 채워질 것이라는 쓸쓸한 예언과 함께 자주 찾던 돈가스 가게만큼은 제발 바뀌지 않기를 걸음마다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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