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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민 Jun 09. 2017

#55 이래도 나, 저래도 나

2017.2.24.

2월이 저물어 간다. 2017년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1,2월이 훌쩍 지난 간다. 교사라는 직업 때문에 1,2월은 그냥 새해 같지 않게 느껴지니 문제다. 우리에게 첫 달은 3월이니 남들보다 1년을 더 짧게 느끼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많은 시간 동안 나는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책을 5권 읽기로 했고, 블로그 정리도 하고, 부족한 학급살이에 대한 계획을 다시 세우고 싶었다. 그런데 공부는 안 하면서 시험 걱정만 하는 고3 마냥 차일피일 미루고 정신을 차려 보니 지금 이 시간이다. 책은 반도 못 읽고, 블로그는 손도 못 대고, 학급 살이 계획은 이제야 조금씩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난 내가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다. 게으르고, 계획성이나 꼼꼼함은 품절된 사람이다. 그런데 욕심은 많아서 이것저것 손대다 보니 일의 진척이 더딜 수밖에. 앞으로 내가 더 주목받고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나를 바꿔야 한다. 당연한 말을 하는 거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데, 그건 하기 싫은 거다. 

이런 우주적인 고민을 십수 년째 해오고 있다. '게으른 나, 욕심 많은 나, 그래도 뭔가 조금은 하는 나'가 서로 손을 잡고 이렇게 시간을 달려서 여기까지 왔다. 어떨 때는 저비용 고효율 삶을 달리는 이런 나의 모습이 좋다가도, 또 어떨 때는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어쩌겠나 싶다. 이래도 나고, 저래도 나인 걸.


순간은 늘 점이다. 이어 보면 선이고, 멀리서 보면 그림이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 점을 찍어왔다. 돌아보니 제법 선이 늘어져있다. 그런데 그림까지는 모르겠다. 언젠가 누군가 그 그림을 평가해주리라 믿는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할까? SNS 하는 많은 사람들이 비슷할 것이다. 지구에서 뛰어나도, 우주 안에는 못 미친다. 인간은 언제나 못 미치는 존재다. 아무리 자존감이 뛰어나도 현실인식을 할 줄 안다면 늘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존재다.

그래서 늘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다독인다. 
"이래나 저래나 바꿀 마음 없지? 그럼 참 교사도 될 필요 없고, 훌륭한 교사, 좋은 교사가 되지 않아도 되니까 어제보다는 조금, 아주 조금 괜찮은 교사가 되자. 이왕이면 행복한 일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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