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어도 카프카

프롤로그

by VIVA
내면을 사랑한 이 사람에게 고뇌는 일상이었고
글쓰기는 구원을 향한 간절한 기도의 한 형식이었다.
<프란츠 카프카의 묘비명 >

카프카의 변신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겨울 방학이었다. 춥고 기나긴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던 차에 책장 구석에 있던 세계 문학 전집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비스듬히 하고 책등의 금박으로 인쇄된 작품 이름과 작가들의 이름을 읽다가 멈칫했다. 카프카? 거꾸로 읽어도 카프카, 이 생소한 이름에 끌렸다. 그때까지 알고 있던 외국식 이름은 대부분 영어식이었을 뿐, 어느 나라 말인지 궁금했다. 그 책을 꺼내 들어 가장 짧아 만만해 보였던 『변신(Die Verwandelung)』을 골라 읽었다.


내용은 시작부터 작가의 이름만큼 생소하고 거북했다. 그때까지 읽었던 소설의 주인공은 무엇인가 사건을 해결하거나 극복해서 독자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나 극적인 감동을 주었는데 변신의 주인공은 저에게 ‘이게 뭐지?’ ‘이게 끝이야?’라는 질문만 잔뜩 남겼다. 카프카의 다른 작품을 계속 읽을까 하다 그만두었다. 맑은 감성이 아닌 쾌쾌하고 지저분한 감정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문학의 깊이를 모르던 그때, 나는 오히려 작가의 정신세계를 의심하며 못 볼걸 봤다는 식으로 냅다 책을 제자리로 돌려놨다. 안 보면 잊힐 것 같았던 감정은 제법 오래갔다.


이후 대학생으로, 어른으로 성장과 ‘변신’을 겪으면서 카프카가 던진 질문의 실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변신』을 다시 집어 들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그레고어의 좁고 어두운 방으로 쑥 밀려들어 간 듯했다. 다 읽고 나니 마음에 그레고어의 텅 빈 방만 남아 버렸다. 도대체 이 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카프카가 『변신』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다.’라고 하기 어렵다. 문학은 수학이 아니기 때문에 절대적인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문학은 우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카프카가 남긴 그 거울에 나 자신과 동시대를 함께하는 우리를 비추어 보고 싶다.



카프카는 평생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면서 답을 찾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속한 세상과 사회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이해하고 수용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노력하면 할수록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고통과 죄책감뿐이었다. 그의 고민과 방황은 카프카의 작품에 잘 나타나 있다. 체코에서 자수성가한 유대인의 아들로 태어나 독일 학교를 다녔다. 카프카는 자신이 체코인도 유대인도 독일인도 아니라고 느꼈다. 이것과 저것을 구분 짓는 경계선에 서서 양쪽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결국, 카프카는 자신을 찾기 위해 그리고 운명과 시대의 한계를 이겨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가 자기만의 동굴로 들어간 것이 유일한 기쁨이자 위로이며 삶의 의미였으리라 생각된다.

그는 회사에서 퇴근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매일 글을 썼다. 부모 특히 아버지가 원하던 대로 법대를 가고 근무조건이 좋은 회사를 들어가 일했지만, 일 속에서 삶의 보람과 행복과 원하는 가치를 얻지는 못했던 것 같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와 화해하고 조화로운 일상을 보내지 못했다.


카프카는 가족 속에서 철저한 고독과 외로움으로 고통스러워했다. 부모가 바라는 대로 되지 못해 죄책감에 시달렸고 동시에 부모님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해서 원망했다. 그는 많은 작품을 통해 가족들에게 차마 하지 못한 자신의 속마음을 등장인물을 통해 이야기한다.


특히 카프카의 『변신』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한 개인의 존재가 어떻게 소외되고 가치가 사라지는지 보여준다. 또한, 가족 간의 의사소통의 부재로 관계가 어떻게 변해버리는지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존재와 역할, 존재와 효용 가치, 사회와 개인의 의미 등 다양한 해석으로 각자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이다. 각자가 처한 상황과 입장에서 등장인물들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양할 것이다 작품에 담긴 다양한 메타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찾아지는 보물 같은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프카가 살았던 시대와 사회 그리고 그의 가족관계와 그의 내면을 통해 우리 내면과 환경을 비추어 보며 지금 걷고 있는 삶의 단계를 담담히 바라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