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문학의 경계

어떤 것도 놓칠 수 없지만 어떤 것도 가질 수 없었던

by VIVA

카프카는 자신의 삶에 드리워진 아버지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싶어 했다. 이칙 뢰비를 따라 유대교에 심취하기도 하고 여러 연인을 만나 연애도 하지만 어떤 것도 그를 위로하지 못했다. 오로지 글쓰기만이 카프카의 영혼을 달래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카프카는 세 번의 약혼과 세 번의 파혼을 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카프카의 사랑에 대한 고민과 번뇌를 짐작할 수 있다. 카프카는 성장과정에서 받은 여러 정신적인 상처와 결핍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선택하는 상황이 되면 끊임없이 방황하고 고민하다 결국 자신의 동굴로 돌아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글쓰기에 몰입했다. 선택하지 않은 것도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결혼을 약속하기까지 그렇게 고민하고도 몇 주 만에 파혼을 선택한 카프카는 자신의 선택에 자신이 없었고 그것이 문학에 대한 열정이라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합리화했다. 몇몇 카프카 연구자들은 카프카의 문학적 열정이 너무나도 뜨겁고 위대해 결혼을 포기했다고 하지만 카프카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끝없이 반추하면서 선택에 대한 결론을 미리 저울질한 것 같다. 불안한 성격은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통제해서 변수를 줄이고 싶어 한다. 이러한 통제적 성향으로 미리 시뮬레이션을 해보지 않았을까?


‘결혼하게 되면 어떻게 글을 계속해서 쓸 수 있을까?’


이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카프카는 늘 경계선에 머물면서 이방인의 생활을 했지만 또한 극단적인 경향이 있어서 이거 아니면 저거였다. 그래서 결혼을 하면 글을 쓸 수 없게 된다는 생각에 미리 두려워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결혼이라는 사회적 계약관계를 책임감 있게 밀고 나갈 용기와 의지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진정 결혼을 원했다면 했겠지만 카프카는 이 모든 것을 문학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운명에 이끌린 자신의 인생이라고 자기 설득했다. 현실도피인지 진정으로 문학과 결혼을 결심한 것인지 타인은 알 수 없는 마음이었다.

카프카의 이러한 결정을 문학과 작품을 위해 미화를 하고 싶지도 않고 남자로서 무책임하다고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 카프카의 사생활이 어찌 되었든 그러한 카프카의 인생 결정에 따라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가 카프카의 소설을 읽고 감동을 받고 있으니 카프카 사생활에 대한 판단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카프카의 작품에 나오는 대부분의 여성은 매우 심약하고 무력하다. 집안의 가장이 행하는 폭력에 대항하거나 자식을 보호해 주기보다는 오히려 그 힘에 굴복하고 슬퍼하기만 하는 모습이다. 카프카 어머니의 모습이다. 어머니에게 사랑받기 원했지만 어머니는 자의든 타의든 카프카보다 카프카의 아버지를 우선순위로 두고 가정의 위계질서를 지켰다. 카프카의 마음은 어머니의 사랑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결핍을 성인이 되어 자신의 연인들에게 받고 싶어 했다. 사랑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기 때문에 카프카의 사랑이 어떤 결실을 맺었느냐를 논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쨌든 간에 카프카의 연인들은 카프카를 더욱더 글에 몰입하고 집착하게 만든 장본인들이었다. 예술가에게 뮤즈는 있기 마련이지요. 뮤즈는 그리스어서에 유래한 말로 ‘생각에 잠기다, 상상하다, 명상하다’라는 뜻으로 예술가들에게 영감과 재능을 불어넣는 예술의 여신이다. 하지만 카프카의 연인들을 뮤즈라고 칭하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카프카의 연인들은 카프카를 더욱 좌절하고 삶에 대한 고민에 더욱 빠져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카프카가 죽기 전에 결혼하고 싶었던 여인이 있었지만 끝내 카프카는 독신으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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