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매달린 글러브
뜬 구름 잡는 소리 하다 보면 뭐 하나 엮이겠지...
by
VIVA
Mar 16. 2021
작업실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종일 뿌연 하늘 '왜 이럴까.. 하고
문뜩 하늘을 올려봤는데
어? 뭐지????
복싱 글러브? 격투기 글러브?
제는 어쩌다 저기에 매달린 신세가 되었을까?
저 글러브를 하늘 향해 던진 사람은
화가 나서 던졌을까..
기뻐서 던졌을까..
장난으로 던졌을까?...
발걸음 멈추고 마냥 하늘을 올려봤다.
저 글러브를 드라마 속 상징이나
사건의 복선으로 삼는다면
과연 저 글러브에 어떤 사건을 엮을 수 있을까?
우선 글러브를 던진 사람의 감정상태를
알아야 한다. 기뻐서 던졌다면 왜 기뻤을까?
운동 끝나고 뭔가 기쁨 맘에 동료들과
술 한잔 걸치고 신이 나서 저 위로 던졌을까?
아니면 싸우다가 집어던졌을까?
그렇다면 저걸 던진 사람의 능력은
올림픽 금메달급 아닐까?
여기까지 생각에 이르자 혹시 저 빌라에 사는 사람 중 하나가 창밖으로 집어던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그렇다면 저 글러브는 조금 무거워
포물선을 앞으로 그리며 멀리 날아갈 수 있어야 할 텐데
주먹 앞쪽에 스펀지가 아니라 모래가 담겨 있는 걸까?
그렇다면 복싱을 싸움박질로 여기는
한 학부모가 복싱을 배우고 싶다는
아들내미 아니, 딸내미가 더 극적이겠다..
자녀들과 싸우다 창밖으로 던졌을까?
아니면 정년퇴직하고 집에서 먹고 노는 남편이
건강을 위해 복싱을 배우겠다고 장비를
사드리는 모습에 열불 난 와이프가
저 글러브를 창밖으로 던져 버렸을까?...
드라마 작가는 혼자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조작가, 제작사, 투자자, 방송 관계자 등등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자신이 쓴 대본을
설명하고 설득하고 또한 수정한다.
그래서 쓰기는 내가 썼지만 나의 드라마가 아닌
그들만의 드라마가 될 때도 있고
(신인작가가 많이 느끼는 소외감이라는데...)
또는
모두의 드라마 (성공한 드라마)가 될 때도 있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뜬 구름 잡다 보면
이야기가 진짜 산으로 가거나
하늘로 흘러가버린다.
대중예술은 혼자만의 멋지고
특이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주변에 있을 법한 개연성과 현실성을 감안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서 몇몇의 작가를 제외하고는
늘 보조 작가와 동료 작가와 상의를 한다고 한다.
나는 데뷔는
커녕
망생이도 이제 막 1년 차인 셈이다.
작가 교육원의 창작반을 수료하고도
1-3년은 기본이라는데
정확히 말해서 6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나에게는 몇 년은 된 듯해도.
그래서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드라마 일과 전혀 상관없는 친구와 지인들 뿐.
그들은 나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릴 적
할머니가 나에게 뜬구름 잡는 소리 한다고
등짝 때리던 그 눈빛으로 나를 보곤 한다.
그저 '잘 써봐!' 이게 전부다.
나의 뜬구름 잡는 소리는
브레이크 없이 오늘도 마구 나와 버렸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집에 도착했는데
하늘에 매달린 글러브를 내일 작업실 가는 길에 다시 보면
또 어떤 뜬구름이
내 머리 위로 피어오를까?
그나저나
저 글러브는
어쩌자고 저기 매달려 있을까?
keyword
이야기
창작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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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말고 드라마 작가 2
03
드라마로 성장한다
04
전업작가를 꿈꾸며
05
하늘에 매달린 글러브
06
마감 전 증후군
07
자만과 자기 비하 그 중간 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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