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 일이 벌써 2년 전이라고?"하며 놀랄 때가 있다. 내 느낌상으론 그렇게까지 오래된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숫자로 보이는 시간의 흐름은 너무나도 반박 불가하게끔 명확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20대 때 시간이 잘 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때도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시간이란 녀석은 언제나 날 기다려주는 법이 없었다. 돌이켜 보면 시간이 늘 나보다 앞서간다고 느꼈던 이유는 내가 삶을 충만하게 살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시간을 허비하니까 마땅히 해야 할 것들이 제 때 되지 않고, 해야 할 일들을 해두지 않았으니 시간이 빠르다고 느끼는 것이다. 숙제를 해두지 않고 정신없이 놀다가 벌써 엄마가 집에 올 시간이 되었다고 놀라는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내가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어서 확실하진 않지만 매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 따위에 신경 쓸 여유도 없고, 설사 신경 쓴다 하더라도 자신이 더할 나위 없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에 후회 없이 만족하지 않을까.
직장인이 되고 30대가 된 이후로 시간이 빠른 정도가 아니라 공포스러운 속도로 지나간다. 무서운 사실은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것이다. 30대 초반이었을 때보다, 중반인 지금이 훨씬 더 빠르게 느껴진다.
놀랍게도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데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한다. 쾌락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분비량은 20세경 최대치를 찍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노년에는 20대 때의 50%까지도 떨어진다. 도파민 분비가 감소하면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들로부터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기억을 세분화시키지 않고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예전보다 "한 것 없이 시간이 지났다"는 느낌을 쉽게 받는다고 한다.
1995년 피터 맹건이라는 심리학 교수는 참가자들을 연령대별로 나누고 3분이 되었다고 생각될 때 스톱워치를 누르게 했다. 20대의 기록은 평균 3분 3초로 오차가 3초밖에 나지 않았지만, 60대에서는 3분 40초로 오차가 꽤 크게 났다. 나이가 들수록 실제로 흐르는 시간의 속도보다 자신의 생체시계가 느리게 간다는 것이다.
40명 정도 모아놓고 한 실험이던데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건가.
2024년의 해가 밝았다. 우리가 기쁘든 슬프든 권태롭든 경이롭든, 불변의 진리는 시간이 같은 속도로 계속 흐른다는 사실이다. 새해에는 시간 가는 게 무섭다는 생각을 좀 덜 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주어진 시간 속에서 좀 더 의미 있는 일들을 해야겠지. 한 것 없이 시간이 지났다는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도록. 일상을 단조롭게 만들지 않고 경험들에서 충분한 도파민을 느끼도록.
근데 회사에서 하루에 9시간씩 보내는데 어떻게 일상을 단조롭지 않게 만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