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꽤 날카로웠다. 내 기준에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지 못했고, 쉽게 흥분하고 짜증을 내곤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되는 입장이어서 그런 게 아니라 내 약함을 감추고 싶어 그랬던 것 같다. 복수의 사람들로부터 너는 화가 나면 다른 사람 같다는 이야길 들었다. 그때는 화가 났는데 안 났을 때랑 똑같은 사람이 있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소리를 모두가 듣는 건 아님을 나중에 알았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나도 많이 변했다. 물론 사람이 근본부터 바뀌기는 쉽지 않은지 날 선 모습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히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생각하는 사람 쪽에 가까워졌다.
인생을 0이나 10의 태도로 살아가면 언뜻 보기에는 내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된다. 0에서 아무리 손을 뻗어봐도 4에는 닿지 않고, 10에서 뻗어봐도 6에는 닿지 못한다. 하지만 3~7 정도의 태도를 유지하면 양쪽으로 손을 뻗어 0~10까지 전부 커버가 가능해진다.
회사에서도 가급적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있어보려 노력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진 에너지 레벨이 높지 않아 그 상태를 일과 시간 내내 유지하기는 어렵다. 오늘도 말을 다섯 번씩 해야 알아듣는 대상자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역정을 내고 말았다. 에너지가 있을 때는 어떤 지랄도 받아줄 수가 있는데, 없을 때는 사소한 일도 참아줄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가면을 쓰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나? 내 모습 그대로 다 보여줬다가는 옆에 아무도 안 남아있을 것 같은데.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것보다는 차라리 에너지와 가면을 쓰는 것이 낫다.
내일도 새로운 하루가 온다. 또 살아 보자. 밝게, 환하게, 상냥하게.
호랑이를 잡으려고 해야 토끼라도 잡는다고 했던가. 이렇게 다짐을 해야 간신히 적이 생기지 않는 정도로 지낼 수가 있다.